
태영호(55)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우리 정부에 직접 귀순 의사를 표시한 뒤 한국과 영국 정보당국의 긴밀한 공조 아래 서울로 직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국 정보 당국은 신변 안전을 고려해 태 공사의 망명을 일절 함구하고 있었으나 태 공사의 동의에 따라 신분 및 입국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영국 언론 및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태 공사는 지난달 중순 잠적한 직후 우리 정보 당국, 혹은 주영 대사관 관계자를 통해 직접 귀순 의사를 표시했으며, 같은 달 하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한국으로 직행했다. 태 공사는 또 주재국인 영국 정보당국에 귀순 의사를 밝힌 뒤, 이들로부터 신변보호 등 적극적인 협조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주영한국대사관은 “태 공사가 탈출 당시 런던 주영한국대사관에 직접 들어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국 비밀정보기관인 해외정보국(MI6)이 태 공사 가족을 일단 안전한 곳에 피신시킨 뒤 한국행을 도왔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4인 이상 가족이 영국 내 공항 이동, 공항 출국 수속, 비행기 탑승에 이르기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양국 정보기관 간 공조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영국이 우방국이 아니었다면 한국으로 한 번에 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양국 간 긴밀한 ‘귀순 작전’이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정보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영국에서 서울로 이동할 때에는 우리 국적 항공기를 이용했을 공산이 높다.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탑승객의 신분 파악이 비교적 쉬운 데다, 여객기 내 안전 공간 확보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형 자가용 비행기나 전세기 등이 동원됐을 수도 있다.
한국 정보 당국은 태 공사가 한국에 도착하고 영국 언론들이 태 공사의 망명 사실을 잇따라 보도했을 때도 신변 안전을 위해 정보 공개를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태 공사가 입국 및 신분 공개에 동의함에 따라 통일부가 관련 사실을 17일 모든 사실을 공개했다. 대북 고위 소식통은 “신분 위협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태 공사가 신분 공개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밝혔다.
태 공사가 귀순 사실 공개에 동의했다는 점으로 미뤄 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 공사의 나머지 가족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외신들이 “슬하에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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