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차 없는 도시’ 운동 확산…뉴욕 등 10여곳 추진ㆍ시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차 없는 도시’ 운동 확산…뉴욕 등 10여곳 추진ㆍ시행

입력
2016.08.19 14:11
0 0
도심의 교통증대로 보행환경이 악화하면서 많은 도시들이 '카 프리 시티' 정책을 시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심의 교통증대로 보행환경이 악화하면서 많은 도시들이 '카 프리 시티' 정책을 시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999년 스페인 소도시 폰테베드라에서 불이 댕겨진 ‘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ㆍ카 프리 시티)’캠페인은 어느새 세계 도시들의 주요한 공공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차량이 뿜어대는 배기가스로 도심의 열섬효과가 심화되고 이로 인한 경제 손실이 날로 커짐에 따라 많은 대도시들이 폰테베드라시의 사례에 착안해 도심에서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각종 카 프리 시티 캠페인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교통지옥 맨해튼에 싹트는 ‘차 없는 도시’

고층 빌딩 사이로 꽉 막혀 있는 도로의 모습은 20세기 이후 변하지 않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맨해튼은 ‘차 없는 도시의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뉴욕시 교통국이 전면적인, 혹은 부분적인 카 프리 시티 정책 적용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하면서다. 영 일간 가디언과 월간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2008년 당시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맨해튼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차 없는 도시 이벤트를 확대 적용하는 시도들이 월스트리트가 위치한 맨해튼 남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뉴욕시는 매주 주말 5시간씩 맨해튼 파이낸셜디스트릭트 지역 60블록을 차단하고 카프리 시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 교통국이 이른바 ‘거리 공유 행사(Shared Street Event)’로 명명한 이 이벤트는 ‘차 없는 거리’를 강제하지 않는다. 보행자와 자전거들의 도로 진입을 허용하지만 차량의 통행도 막지 않는다. 대신 차량의 속도를 시속 5마일(약 8㎞)로 엄격히 제한한다. 사실상 주행이 불가능한 제한속도인 만큼 차를 몰아 이 구역으로 진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북쪽 브루클린 다리부터 남쪽 배터리파크까지, 서쪽 브로드웨이부터 동쪽 워터스트리트까지 총 60블록에서 경찰의 엄격한 통제 아래 차량과 보행자가 어울리는 거리가 매주 형성되는 셈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뉴욕 교통국 직원들이 대거 투입돼 전면적인 도심 차량통제 시행의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에밀리 와이든호프 뉴욕 교통국 국장은 “이 같은 차량통제 정책을 영구적으로 시행하는 게 옳은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좋은지 거듭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뉴욕을 포함해 전 세계 10여개 대도시들이 도심의 차량통제 정책을 펼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차 없는 도시를 추구하는 곳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이다. 지난해 오슬로시는 2019년까지 모든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최근 시사주간 타임 보도에 따르면 2025년부터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로 구동하는 모든 차량의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노르웨이의 정책방향은 환경보호와 보행자 복지증진을 위해 하루빨리 차량의 도심 진입 금지를 실현시키려는 전 세계 운동가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뉴욕시의 대안교통운동본부 폴 화이트 대표는 “급진적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노르웨이 정책 덕분에 카 프리 시티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라고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밝혔다.

교통난이 심각한 유럽의 도시 중 한 곳인 스페인 마드리드도 파격적인 카 프리 시티 정책을 준비 중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시 당국은 2020년부터 도심내 500에이커(약 202만㎡)에서 차량 진입을 금지할 방침이다. 이에 맞춰 마드리드 시내를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가 편리한 구조로 개편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함부르크 등 유통대란 우려 유연한 규제

이들 도시처럼 강력한 규제가 아니라 비교적 유연한 방식으로 차 없는 도심을 구현하려는 도시들도 적지 않다. 유통대란, 자동차산업 위축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무역도시로 꼽히는 함부르크는 향후 20년에 걸쳐 도심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주행만을 허용하는 정책을 ‘천천히’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그린 네트워크(Green Network)’라고 명명한 이 프로젝트의 골자는 공원 및 녹지, 학교 등 도심의 각종 시설을 도로가 아닌 보행로로만 연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구의 절반 가량이 자전거로 출퇴근할 정도로 이미 카 프리 시티의 정점에 올랐다고 평가 받는 덴마크 코펜하겐은 2018년까지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는 39개의 자전거 고속도로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샹젤리제 거리에서 주말 차 없는 거리 프로젝트를 시행해 골칫거리였던 스모그 퇴치 효과를 누렸던 프랑스 파리도 1997년 이전 생산 차량의 주중 도심 진입금지 등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시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짝이는 정책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도시들이 앞다퉈 카 프리 시티 프로그램들을 내놓는 이유는 단순히 공해를 줄이고 보행환경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도심을 걷는 보행자가 늘어 그만큼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시민들의 사회성 증대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등 부차적인 효과들도 적지 않다. 와이어드는 최신호에서 카 프리 시티 시행의 효과에 대해 “도심의 차량 수가 줄어들수록 보행자들의 사회적 교류가 늘어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서 증명됐다”라며 “단지 공해 감소 정도의 효과를 노리려고 이처럼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차량통행이 멈춘 파리 시내를 자전거들이 질주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차량통행이 멈춘 파리 시내를 자전거들이 질주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