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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골목의 아이들

입력
2016.08.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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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있는 골목으로 꺾어 들자 청소년 셋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뭘 하려고 했는지 짐작되었다. 모른 척하고 “신경 쓰지 말고 하려던 걸 해도 돼~”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앞다퉈 골목을 빠져나갔다. 공부깨나 하게 보였던 그들이 어차피 어딘가에서 ‘뭔가’를 해야 했다면 내가 사는 골목이 안성맞춤이라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십대들이 삼삼오오 집 앞 골목으로 들어올 때가 있다. 굳이 좁은 골목을 찾아 들어오는 아이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늘 아슬아슬해 보인다. 초등학생이라고 만만하지도 않다. 한 번은 초등학생 여럿이서 장애아를 구타하는 것을 보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정하고 독해 보이는 한 아이가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를 때리고 있었고, 십여 명 되는 아이들이 둥근 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어른인 내가 골목으로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벽은 와해되어야 했지만,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상식적인 사람이라 그걸 외면하지 못했다. 그들이 모두 풋내기임을 알았지만 험한 분위기 때문에 끼어든 나는 점점 겁을 먹었고, 맞는 아이의 몸은 내 눈앞에서 점점 거세지는 발길에 팽이처럼 돌았다. 그걸 보며 질려버린 나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는데, 맞고 있는 아이의 비명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이들이 한껏 봐준다는 듯이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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