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훈(오른쪽)/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 못 하면 승자도 기쁨이 덜하고,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한국가스공사)의 한 마디가 '올림픽 정신'을 되새겨주고 있다. 이대훈은 1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6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자우아드아찹(벨기에)을 11-7로 꺾었다.
경기 중반 이후 왼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물러서지 않고 맞선 그는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58kg급에서 은메달을 땄던 그는 한국 남자 태권도에서는 처음으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부상 투혼 만큼이나 승패를 인정하는 모습도 빛났다. 그는 이날 8강전에서 요르단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했다. 그랜드슬램까지 올림픽 금메달 하나가 부족했던 그에겐 더 아쉬울 수 있는 패배였다. 하지만 그는 경기 직후 승자인 아부가우시의 손을 번쩍 올려줬고,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박수를 쳤다.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인정하는 자세였다.
그는 "승자가 나타났을 때 패자가 인정 못 하면 승자도 기쁨이 덜하고, 패자가 인정하면 승자도 더 편하게 다음 경기를 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그의 자세 만큼은 올림픽 챔피언 못지 않았다.
메달 색보다 중요한, 하지만 잊기 쉬운 스포츠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이대훈은 동메달을 따낸 뒤 "8강에서 졌지만 소중한 기회가 와서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동메달을 가져갈 수 있어서 기쁘다. 금메달 만큼 값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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