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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등판을 알리지 못한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속사정

입력
2016.08.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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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디젤 포기하고 내놓은 하이브리드

명색이 하이브리드차인데, 보조금과 세제 혜택 못 누려

한국GM의 친환경차 갈증, 볼트(Volt)가 날려줄까

조용히 국내에 출시된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 구조. 한국GM 제공
조용히 국내에 출시된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 구조. 한국GM 제공

신차 발표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신차나 완전변경 모델은 물론이고 하다 못해 부분변경이나 연식변경 차들까지도 어떻게든 언론과 소비자에게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애를 씁니다.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을 갈아 끼운 차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리소문 없이 치열한 전장에 뛰어든 차가 한 대 있습니다. 한국지엠(GM) 신형 말리부의 하이브리드 버전 ‘말리부 하이브리드’입니다. 2011년 말 ‘알페온 이어시스트’가 나왔지만 모터로만 구동되는 것이 불가능한 시스템(마일드 하이브리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사실상 한국GM이 처음 국내에 선보인 정통 하이브리드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리부 하이브리드가 시장에 나온 건 지난달 12일입니다. 올해 6월초 부산국제모터쇼에 출품하긴 했지만 출시 전 그 흔한 보도자료 한 줄 없이 쉐보레 브랜드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게시가 됐습니다. 한국GM 전체 차종 중 유일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만만치 않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말리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1.8 직분사 가솔린 엔진(왼쪽)과 트렁크에 부착된 하이브리드 엠블럼. 한국GM 제공
말리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1.8 직분사 가솔린 엔진(왼쪽)과 트렁크에 부착된 하이브리드 엠블럼. 한국GM 제공

이유는 세제 감면 혜택과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 데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질소산화물이나 탄화수소 등 공해 물질이 기준 이하이면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한 2종 ‘저공해자동차’ 인증을 받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개별소비세(100만원)와 교육세(30만원), 취득세(140만원)을 합쳐 최대 270만원까지 감면되고, 차량 구매시 따라 붙는 공채(도시철도채권ㆍ지역개발채권) 부담도 200만원까지 경감됩니다. 여기에 1㎞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7g 이하이면 환경부의 하이브리드차 구매 보조금 100만원도 지원됩니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세계적으로 강력하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규에 맞게 설계됐지만 국내 저공해자동차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7g/㎞ 이하여도 선행 조건인 저공해자동차가 아니라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보조금과 세제 감면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동급 ‘쏘나타 하이브리드’나 ‘K5 하이브리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지게 된 거죠.

폭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말리부 디젤 대신 선택한 비장의 카드인데, 친환경차로 인정받지 못한 모순적인 상황에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한국GM 관계자는 “행여나 잘 나가고 있는 말리부 가솔린 모델 판매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어서…”라고 고민을 토로했습니다.

가격에서는 밀려도 제원상 말리부 하이브리드의 성능은 나쁘지 않습니다. 시스템만 따지면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한 개인 쏘나타나 K5 하이브리드보다 하이브리드의 원조인 도요타 시스템에 더 가깝습니다. 1.8 가솔린 엔진에 두 개의 모터가 결합돼 최대 출력 182마력을 발휘하고, 시속 88㎞까지는 배터리만으로 주행이 가능합니다. 엔진과 모터, 배터리는 미국 GM본사가 공급하고, 별도의 냉매가 필요 없는 공냉식 배터리 시스템도 적용됐습니다.

국내 인증 복합연비는 17.1㎞/ℓ(17인치 타이어 기준)로, 쏘나타 하이브리드(17.7㎞/ℓ)보다 조금 낮습니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200여 대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쏘나타 하이브리드 월 평균 판매량(690대)보다 훨씬 적지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는 편입니다.

한국GM은 올해 말리부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연장(Ranger Extender) 시스템 볼텍(Voltec)이 탑재된 ‘2세대 볼트(Volt)’로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습니다. 먼저 등판한 말리부의 전투력이 떨어져 이제 볼트가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습니다.

다음달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새로운 유형의 친환경차 2세대 볼트(Volt). 한국GM 제공
다음달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새로운 유형의 친환경차 2세대 볼트(Volt). 한국GM 제공

다음달 카셰어링 업체들에 우선 공급되는 볼트는 순수 전기차에 육박하는 18.4㎾h 용량의 배터리가 두 개의 모터를 가동해 최대 80㎞까지는 전기차처럼 달립니다. 이후에는 1.5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처럼 전기를 생산해 모터를 굴리는 방식입니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낯선 시스템이라 한국GM은 일반 판매보다 우선 카셰어링을 통해 반응을 살피고,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유형의 친환경차 볼트가 한국GM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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