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츳츳’ ‘쓰르람’ 하루종일 날아다니는 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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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 ‘츳츳’ ‘쓰르람’ 하루종일 날아다니는 글자들

입력
2016.08.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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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 매미들도 사람들과 함께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반달 제공

장현정 글, 그림

반달 발행ㆍ40쪽ㆍ1만3,000원

아파트의 밤은 길고 지루한 열대야에 속수무책이다. 설상가상 밤낮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더위만큼이나 짜증스런 불청객이 아닌가. 자세히 들어보면 매미소리는 한 가지가 아니다. 참매미는 규칙적으로 “맴~ 맴~ 매에~엠…”하고 울고, 말매미는 “치르르르…”하고 운다. 집단적으로 맹렬하게 우는 매미는 대부분 말매미 수컷들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라고는 기껏해야 수주일 번식기가 전부이다. 암컷을 만나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제 수명을 다한다. 도시에서 사는 매미들은 또 다른 적들과 싸워야 한다. 제 무리들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도시의 소음들과도 맞서야 하니 그들의 노랫소리가 더 절박할 수밖에 없다. 잠들지 않는 도시의 불빛 속에서 매미들도 사람들과 함께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맴’은 신인 작가의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리드미컬한 그림책이다. 매미가 주인공이지만 매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맴맴, 츳츳, 쓰르람처럼 글자들이 매미 떼처럼 물 흐르듯 흩어지고 모였다가 다시 무리 지어 날아다닌다. 수묵화로 그려진 붓의 율동이 가볍고 자유분방하다. 독자들은 그림책을 보다가 점점 증폭되는 매미소리의 환청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한 나무에서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매미들은 다양한 소리로 바람을 타고 숲 전체에서 퍼져 울다가 도시로 날아간다. 매미 떼는 건물에 부딪히기도 하고, 자동차 소음과 뒤섞여 뒤엉키기도 한다. 더위를 먹은 사람들의 얼굴들이 붉게 달아오른다. 불타는 태양과 함께 매미소리들은 절정에 오른다. 귀청이 떠나 갈 듯하다. 마침내 매미소리는 하나 둘씩 떨어져 내리는 소낙비에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다. 귀와 마음까지도 정화시켜주는 씻김이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이것이 ‘여름이다!’라고 말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아 제 몫의 책임을 다하고, 인생의 목표를 성취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혼신을 다해 울어대는 매미와 닮았다. 한적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계절의 정취로나 느껴졌던 매미소리가 이젠 하루 종일 울려대는 고장 난 시계의 알람처럼 귀 따갑고 속 시끄러운 것이 유감천만이다. 하지만 그 소리마저 그치고 나면 여름도 끝날 것이다. 한해도 얼마 남지 않을 것이다.

소윤경 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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