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강서 ‘경제민주화 만능론’
“불평등 등 내부 갈등 먼저 해소를
정치권, 극단적 상황 전 자각해야”
햇볕정책 한계ㆍ상법 개정도 강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통일도 경제민주화가 이뤄진 뒤에 가능하다며 ‘경제민주화 만능론’을 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믿고 따를 제도적 장치로 내부 갈등을 줄인 뒤에야 통일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18일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 주제로 열린 국회 특강에서 “국민 신뢰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북한에 돈을 지원한다 해도 남한 내부의 갈등만 커질 뿐 통일을 앞당길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서거 7주기를 맞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거론하며 “북한에 돈을 지원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왜 퍼주기를 하느냐며 갈등이 일어났다. 우리 안의 갈등을 해결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햇볕정책의 한계를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표 취임 초기에도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했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 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재벌과 관련, “대기업 등 경제 세력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큰 지금 정부와 국회가 나서 서 국민들이 지지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자동차로 돈을 번 사람이 호텔이나 빵 장사를 하는 나라가 없는데, 우리나라 (재벌은) 절제가 안 돼서 정부가 자제토록 해야 한다”며 “골목상권이 망하고 구멍가게에서 빵 만드는 사람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결국 “갈등으로 분열될 때까지 기다려 경제민주화를 할 것인지, 정치권이 미리 자각해 극단적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할 것인지 두 가지 길 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자칫 일본처럼 20년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금 부과를 통해 분배구조를 고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김 대표는 “법인세를 내려줬더니 대기업은 유보금만 쌓고 투자를 안 하고 있다”며 “세금을 통한 재분배는 1차적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지배구조 자체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오너의 탐욕에 대한 통제장치부터 체계적으로 해나가자는 것이 상법 개정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내년 대선 후보들을 향해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관철할 수 없다”며 “10년 이상 양극화 이야기가 나왔지만, 다들 말로만 했지 어떤 형태로 고치겠다는 처방을 낸 정치 집단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과거와 달리 금융을 규제하고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이 시도 되지만, 월가(금융권)의 지배력이 강해 잘 안 된다”며 “결국 중산층이 스스로 깨우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8ㆍ27 전당대회 이후 퇴임을 앞둔 김 대표의 이날 특강은 의원들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0분 동안 대본 없이 이뤄졌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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