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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닌 아래로부터의 국제학교’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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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닌 아래로부터의 국제학교’ 의의

입력
2016.08.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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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 없고 교사 수급 등은 걸림돌

지난달 14일 서울 신정동 은정초등학교 강당에서 교과 전담 교사와 한국어ㆍ중국어 이중언어 교실 강사가 함께 체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지난달 14일 서울 신정동 은정초등학교 강당에서 교과 전담 교사와 한국어ㆍ중국어 이중언어 교실 강사가 함께 체육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한중(韓中) 이중언어 국제초등학교(가칭 ‘세계시민학교’)는 아이들에게 세계 시민의 자질을 심어주는 게 목표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부진아로 찍혀 소외되는 대신 중국어를 가르쳐주는 친구로 자리매김하도록 공존 공간을 마련해주자는 의미가 담겼다.

국제초등학교는 중국어권 다문화가정이 밀집한 서울 서남부에 신설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현재 남부교육지원청 관할 지역 외국인 규모는 영등포구 6만6,952명, 구로구 5만3,191명, 금천구 3만2,947명인데 이 중 재중동포가 각각 84.0, 84.0, 83.2%나 될 정도로 절대 다수다. 올해부터 2년간 모델학교(연구학교)로 지정돼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구로구 영일초등학교와 영등포구 대동초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각 40%, 30% 수준이다.

국제초등학교의 수업방식은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 13곳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중언어 교실의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학교에서는 일반 교과 과목, 방과 후 학교 수업, 동아리 등 창의적 체험 활동이 정규 교사와 이중언어 전문 강사에 의해 두 개의 언어로 진행된다. 국어나 사회 과목은 국제 이해에 대한 주제, 수학ㆍ과학은 쉬운 단원만 골라 이중언어 교실이 운영된다. 시범 학교 중에는 3개 반으로 재편성해 2개 반은 내국인 교사가 수업하고 1개 반만 이중언어 교실을 두는 경우, 음악ㆍ체육 등 예체능 과목을 복수 언어로 동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다문화 가정 학생 참여도를 높이고 내국인 학생에게는 외국어 습득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례가 없는 국제초등학교 설립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승인 권한이 서울시교육감에게 있기는 하지만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과 규칙에 국제 분야 특성화 학교 설립 근거가 명시된 중학교와 달리 초등학교 대상 특성화 교육 규정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껏 설립 수요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가 교육 과정상 한계도 있다. 학생 정원의 30%까지 내국인을 뽑을 수 있는 외국인학교가 아닌 이상 외국어 몰입 교육은 현행법상 초등학교 단계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일부 사립학교가 실시했던 영어몰입교육도 금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중 한 나라의 언어로 진행되는 수업과 양국 언어로 동시에 이뤄지는 수업을 함께 개설해야 하는 만큼 교사 수급 문제 역시 걸림돌이다.

반면 초등 단계 기초ㆍ보통교육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교육을 부추길 정도의 전면적 외국어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증가하는 다문화 학생의 적응을 도우려는 취지인 점을 감안하면 지역 여론과 교육감의 의지로 충분히 신설이 가능하다는 게 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이긍연 서울시교육청 열린세계시민다문화교육팀장은 “연구학교를 운영한 지 1년가량 되는 연말쯤에는 국제초가 어떤 형태가 될지 윤곽이 나올 것 같다”며 “이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구체적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학자인 엄기호 연세대 교수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국제초교가 현실화한다면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공간에서 한국어와 중국어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학교가 바뀌는 셈”이라며 “중산층이 자기들의 학력 및 문화자본을 배타적으로 독점하기 위해 쌓은 성(城)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국제학교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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