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심 동남아 벨트 구상
‘큰손’ GIC와 관계 형성 차원
KDB산업은행이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함께 서울 여의도의 초고층 복합단지 개발 사업인 ‘파크원’(Parc1) 프로젝트 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삼성ㆍ대우 등 증권사와 만나 파크원 개발사업 투자 방안을 논의했다. 산은의 대출 여부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000억~2,000억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크원 개발은 옛 여의도 통일주차장 터에 두 개의 초고층 타워와 판매시설, 호텔 등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산은 입장에서 파크원 투자는 부담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산은의 IB 업무가 시중은행과 경합하지 않도록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 등에 집중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산은이 투자를 저울질하는 건 국제 금융투자업계의 ‘큰 손’인 GIC와 관계 형성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 파크원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GIC는 국내 시중은행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산은을 선호한다는 뜻을 최근 산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중심 축으로 한 ‘동남아 벨트’를 구상 중인 산은으로선 GIC와의 관계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GIC는 앞서 KB국민은행과 손 잡고 파크원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NH투자증권에 주간사 지위를 내주며 일단 발을 뺀 상태다.
파크원 개발사업의 총 사업비는 2조6,000억원으로 이중 5,000억원은 시행사인 Y22가 대기로 했다. 나머지 2조1,000억원은 NH투자증권이 조달을 책임지는데, 농협금융 계열사와 산은, 증권ㆍ보험사, 연기금 등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대증권과 함께 파크원 사업에 각각 760억원, 300억원을 브릿지론(단기 대출) 형태로 지원해 이중 800억원을 그간 시행사와 소송을 벌였던 삼성물산에 지급했다. 이에 따라 수년 간 미뤄졌던 공사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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