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에는 항상 마가 끼는 것일까. 방송 초반 부진을 딛고 어렵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로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막내 출연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활기를 불어넣던 티파니가 프로그램의 걸림돌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을 바탕으로 인기를 불지핀 프로그램이라 더욱 네티즌의 입에 오르내린 하루였다.
18일 KBS는 보도자료를 내고 ‘제작진과 티파니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월15일 광복절에 욱일기 디자인이 들어간 문구를 SNS에 올려 논란이 된 티파니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티파니의 ‘언니들의 슬램덩크’ 하차를 발표했다. “논란이 된 내용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감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KBS는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티파니를 제외한 기존 멤버인 김숙과 라미란 홍진경 민효린 제시 5인 체제로 당분간 꾸려질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티파니는 지난 14일 도쿄에서 공연을 마친 뒤 일본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듯 SNS 자신의 계정에 사랑을 뜻하는 하트 이모티콘과 일장기 이모티콘을 함께 올렸다. 이후 다른 SNS 계정에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전범기)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로고를 게재해 역사의식 부족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일부 네티즌은 ‘언니들의 슬램덩크’ 홈페이지에 티파니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을 남기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티파니의 부적절한 행위가 네티즌의 공분을 자아내자 KBS가 하차 카드를 꺼내 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선 셈이다.
티파니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물러나면서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안개 가득한 미래를 맞게 됐다. 프로그램 활력소 역할을 하며 시청률 견인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던 티파니의 부재도 당장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출연자의 개편 등 여러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난감하다. 당장 티파니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젝트’는 없던 일이 됐다. 여자들만을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 우여곡절 끝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가 돌발 악재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티파니에 대한 반감을 들어내며 티파니의 하차가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인 체제일 때도 솔로 활동한다고 자주 없었는데? 자주 안 나와서 뭐야 했는데 아예 안 나오면 차라지 깔끔하지 나머지 5인 굿!”(sblu****), “5명이 그림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했었음… 다른 멤버들은 프로그램에 애정이 높은데 비교적 티파니는 그냥 일한다 이런 느낌이었음”(heej****) 등의 글을 올리며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다른 멤버들을 응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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