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홍성지 9단
<장면 2> 좌하귀에서 흑이 1로 덮어씌웠을 때 백이 고분고분 A로 받는 건 흑B로 늘게 해서 백이 불만이다. 지금은 당연히 2로 젖혀서 반발하고 싶다. 이렇게 되면 흑도 3으로 끊을 수밖에 없고 이후 4부터 7까지는 거의 외길 수순이다. 하급자 중에는 혹시나 상대가 C로 끊어서 패를 걸어오지 않을까 걱정돼서 7의 단수를 보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먼저 패를 따낸 다음 상대가 어디에 패감을 쓰든지 무조건 만패불청하면 된다. 지금은 초반이므로 여기보다 더 큰 자리는 거의 없다고 알아두면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박정환도 역시 패를 결행하지 못하고 그냥 8로 전환했다. 패감을 겸한 응수타진이다. 흑이 <참고1도> 1로 받으면 2, 4로 중앙을 봉쇄당한다. 그래서 홍성지가 9로 패를 따낸 다음 10 때 11로 꽉 이어서 패를 해소했다. (9 … ▲, 11 … △) 다음에 백이 <참고2도> 1로 한 수 더 둬서 흑돌을 확실히 제압하는 것도 좋은 수지만 박정환은 12로 일단 큰 자리부터 차지했다.
상대가 손을 뺐으니 홍성지가 바로 좌변 흑돌을 움직였다. 13, 14를 교환한 다음 15, 17로 좌변과 하변의 백을 양분해서 공격하려는 생각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박정환이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 18로 크게 덮어씌워서 먼저 흑의 응수를 물었다. 상대의 대응에 따라 다음 행마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좌변에서부터 서서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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