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상반기 매출 3.3%↓
영업이익은 9.7% 증가해 대조
투자액 11조원이나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 따른 ‘긴축형 흑자’ 평
“新성장동력으로 돌파구 찾아야”
국내 대기업 실적이 ‘긴축형 흑자’로 전환되고 있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투자와 인력, 비용을 모두 줄여 이익만 늘린 형태다. 허리띠를 졸라 매는 데만 열중할 게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 상장법인(공기업 집단 제외) 68개사의 상반기 매출(연결기준)은 총 496조1,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8% 성장해 사실상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매출이 줄어든 곳도 38%(68곳 중 26곳)에 달했다.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95조6,555억원에서 올 상반기 100조7,194억원으로 5.3%(5조639억원) 증가한 삼성전자를 빼면 10대 그룹 상장사의 매출은 같은 기간 1% 가까이(0.93%ㆍ3조6,960억원) 줄었다. SK의 매출이 5조3,027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포스코(-4조9,718억원), 현대중공업(-4조387억원), LG디스플레이(-1조8,856억원), SK하이닉스(-1조8,603억원) 등이 1조원 이상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30대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매출 감소는 더 두드러진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30대 그룹(부영그룹 제외) 267개 계열사의 상반기 실적 분석 결과, 개별재무제표 기준 총 매출(545조7,558억원)이 작년 상반기(564조4,938억원)보다 3.3% 줄었다고 밝혔다. 개별재무재표는 관계사 실적과 지분법 평가 등을 뺀 것으로 개별 기업들의 경영 성과를 보여준다. 반면 총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1조7,922억원에서 34조8,843억원으로 9.7% 늘어났다.
조사 대상 계열사들의 투자 규모를 보면 기업들이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 이익을 개선했는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들 계열사의 상반기 유ㆍ무형자산 투자액은 총 28조6,1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조8,670억원)보다 28.2%(11조2,535억원)나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액은 작년 상반기 10조1,032억원에서 올 상반기 3조9,622억원으로 60.8%나 쪼그라들었다. 삼성그룹도 투자 규모를 같은 기간 26.2%(10조3,026억원→7조6,058억원), SK그룹은 21.0%(6조1,822억원→4조8,849억원), LG그룹 역시 22.0%(3조4,995억원→2조7,293억원) 줄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반기 기준 매출 감소는 2000년 이후 처음”이라며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고용과 투자를 줄인 결과로, 국내 대기업들이 기존 사업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성장동력실장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성장성이 좋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주요 기업 상반기 매출 변화 (단위 : 억원, 전년 동기 대비)
<자료 :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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