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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증권 지분 확대… 금융지주사 전환 잰걸음

입력
2016.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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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보유 지분 8.02% 매입

삼성증권 지분율 19.16%로 증가

다른 금융 계열사 지배력도 강화

삼성생명법 대비ㆍ안정적 승계 포석

금융위 인가ㆍ삼성전자株 매각 등 난제

삼성생명이 18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이던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전환까진 난제들이 적지 않아 향후 삼성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삼성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2%(613만2,246주)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종가(주당 3만8,200원) 기준으로 매겨진 총 매입가격은 2,343억원이다.

이번 매입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율은 기존 11.14%에서 19.16%로 높아지게 된다.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 15%(이하 6월말 기준), 삼성카드 71.9%, 삼성자산운용은 9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 추가 매입 배경으로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 등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으로 쏠리고 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보험사 자산운용 규제가 강해지는 추세를 무릅쓰고 증권 지분을 매입한 것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법상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자회사인 상장회사 지분을 30%(비상장사는 50% 이상)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미 요건을 갖춘 삼성카드와 자산운용 외에도 화재, 증권까지 30% 이상으로 맞추려는 과정의 중간 단계라는 것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추후 삼성화재(15.98%)와 삼성증권(10.94%)이 보유 중인 각자의 자사주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장에선 삼성이 결국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 중심으로, 전자 등 비금융 분야는 삼성전자와 통합삼성물산 중심으로 헤쳐 모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을 갖추더라도, 현실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일례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지주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여서는 안 되는데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지분율 7.2%)다. 삼성생명이 2대 주주로 내려가려면 지분 정리 기간(최장 7년) 내에 적어도 1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경우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배당금이 대폭 늘어난다. 사업 실적이 나쁜 해마다 주식을 나눠서 처분하면 배당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권을 쥔 금융당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성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조만간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내년, 후년으로 갈수록 대선 등 과정에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승계 과정의 잡음도 커질 수 있어 삼성그룹 입장에선 전환을 서두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진원 연구원도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등 보험사 규제환경 변화가 본격화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나 내년 중에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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