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한국시간) 열린 올림픽 여자 마라톤엔 유독 쌍둥이 선수들의 출전이 많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림픽을 향한 여정을 공개해 눈길을 끈 에스토니아의 릴리·레이라·리나(31) 자매부터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해 10위와 11위를 기록한 북한의 김혜성·혜경(23) 자매는 우승자인 케냐의 숨공(32)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에스토니아 세쌍둥이처럼 여정을 공개하거나 북한 쌍둥이처럼 상위권에 들지 않고서도 큰 관심을 받은 또 한 쌍의 쌍둥이 자매가 있다. 바로 독일의 안나·리사 하너(27) 자매다. 둘은 나란히 2시간45분32초를 기록해 81위, 82위를 차지했지만 마지막 순간 손을 꼭 잡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애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모든 이들에게 아름답게만 보인 건 아니었다. 서로를 격려하고 활짝 웃으며 결승선에 도착한 이들의 모습에서 올림픽 정신을 떠올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인기만을 신경 쓴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 육상 관계자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마치 놀이인 것처럼 뛰었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승리와 메달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최고 기량을 발휘해 최상의 결과를 목표로 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나 자매에 대해 “그들의 주요 목표는 언론의 관심을 얻는 것이었다”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비판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 당일 두 자매 중 언니인 하너가 1㎞ 지점에서부터 먼저 치고 나갔지만 19㎞ 지점에서 다시 만났다.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레이스 막판 다시 만나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사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언니 하너가 경기 도중 포기하지 않았고, 항상 내 옆에 있었다”며 “함께 뛸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언니 하너는 NYT와 인터뷰에서 “올림픽 이전에도 우리는 모든 마라톤 경기에서 레이스 도중 떨어졌다 만나는 지점들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훈련해왔으며 시합 당일 최선을 다했다”며 독일 육상 관계자의 말을 반박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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