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 안전 vs 생존권 문제… 30년 아현동 포차거리 결국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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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굣길 안전 vs 생존권 문제… 30년 아현동 포차거리 결국 철거

입력
2016.08.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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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17곳ㆍ상점 30개

“학교 앞 유해업소” 주민 민원

상인들 “먹고살 길 막막” 반발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 및 용역 직원들이 18일 오전 마포구 아현동 포장마차 거리에서 강제철거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자식 여섯에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남편을 포차 장사로 먹여 살렸는데 하루 아침에 나가라니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명 포장마차(포차) 거리에서 ‘강타이모네’를 운영해 온 전영순(67ㆍ여)씨는 18일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 앉아 연신 가슴을 쳐댔다. 마포구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3시간 동안 구청 관계자 및 용역직원 200여명과 경찰 70여명을 동원해 포차들에 대한 강제철거를 전격 집행했다. 철거하려는 이와 막으려는 이가 뒤섞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상인은 눈물을 쏟다 실신했고 용역 직원과 충돌한 시민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전씨와 27년 간 고락을 함께 한 포차 역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일흔이 다 돼서 새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 당장 내일부터 먹고 살 게 없어 막막하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아현초교 담벼락을 따라 형성된 포차 거리는 포차 17곳과 상점 30여개가 터를 잡고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저녁을 책임지는 명소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4년 인근에 준공된 3,800여세대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학교보건법 제5조에 학교 앞 50m는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모든 종류의 유해업소가 영업할 수 없도록 했는데, 각종 화기를 다루고 주류를 파는 포차가 밀집해 있어 아이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마포구청은 올해 1월과 6월 상인들에게 가게를 비워달라는 자진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응하지 않자 지난달 1일 강제철거를 시도하다 상인들이 반발해 중단했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당장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포차 ‘옛집’ 주인 김모(70ㆍ여)씨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젊음을 다 바쳐 어렵게 지켜 온 일터가 남은 것 하나 없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상인들 사정은 딱하지만 안전문제가 심각해 철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모(57)씨는 “자진 퇴거로 상인들이 인근에서 다시 장사를 하길 바랐는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안타깝다”면서도 “포차가 인도를 점령하고 있어 아이들이 차도를 이용해 통학하는 등 안전 우려가 커 철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철거를 진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인근 주거단지가 확대되면서 차선을 넓힐 필요성이 생겨 행정처분을 지체하기 어려웠다”며 “해당 공간을 가변 차선으로 만들거나 주차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인들을 돕는 모임인 아현포차지킴이 관계자는 “간이포차라도 만들어 영세 상인들이 다시 장사를 할 수 있게 도울 생각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철거 현장에서 경비 패찰을 달지 않은 용역을 사용하는 등 위법 사항이 드러나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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