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 열기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굽는 빵이랍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달리 뜨거운 열기와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다. 맛있는 빵을 위해 오븐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숲 베이커리’ 직원들이다. 손님에게 맛있는 빵을 대접하고픈 마음은 모든 제빵사가 같겠지만, 숲 베이커리의 빵 굽는 모습은 ‘조금 더’ 특별하다.
치유와 안식의 공간, ‘숲’
숲 베이커리는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이다.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이란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대규모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숲 베이커리는 보건복지부와 대구광역시 지원으로 설립, 현재는 사회복지법인인 화니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성구 고모동에 자리잡은 재단은 지하 1층은 휴게실과 작업실, 지상 2층은 제과제빵 제조실과 샤워장, 지상 3층은 원장실, 사무실, 상담실, 작업장, 샤워장을 갖춰 업무하고 있으며 지상 1층은 빵과 커피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카페로 꾸며내기 위해 구상 중에 있다.
2013년 5월 1일 개원해 올해 개원 3년차를 맞은 숲 베이커리는 처음 10명의 예비 근로장애인과 20명의 훈련생들로 시작해 현재는 일반직원 13명, 중증장애인 직원 34명으로 늘었다. 2014년 8월 19일 사회적 기업 선정됐고, 이듬해부터 수성구청 및 병무청 입점판매와 인터넷 사이트 개설 및 판매를 시작하는 등 매년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비결은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숲 베이커리 손영미 대표는 특수교육을 30년 이상 해온 특수교육전문가로 장애인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기업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애인들의 특성에 맞는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장애인들은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이 있는 사람이에요. 다만, 그 다름으로 인해 일자리를 갖기도 어렵고 때로는 잘못된 선입견과 맞서 싸워야 하죠. 숲은 치유와 안식의 공간이잖아요. 직업훈련을 통해 장애인이 우리 사회 숲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행복과 일하는 보람을 느끼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 붙였어요.”
지역사회 장애인들의 꿈과 희망을 굽는 행복한 일터
숲베이커리는 오전 10시, 오후 3시 하루 두 번 갓 구운 빵이 나온다. 초코슈크림빵, 순쌀호박모닝빵, 쌀식빵, 단팥빵, 크림치즈빵, 바게트, 머핀, 롤케익, 쿠키 등 메뉴도 다양하다. 직원들은 반죽팀, 성형팀, 오븐팀, 포장팀 각각 전담팀을 구성해 작업을 진행한다. 융통성과 능동성은 부족할지 몰라도 집중력과 성실성이 남다른 중증장애인의 특성을 한껏 살린 작업과정이다.
“50g의 반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려주지 않으면 몰라요. 하지만, ‘50g의 반죽을 이렇게 10번 굴려서 동그랗게 만들어주세요.’라고 하면 누구보다 성실히 10번을 굴려 정확하게 만들어내죠. 남들보다 서툴고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성실하게 맡은 바를 완성해내요. 같은 공정을 매일 매일 반복함으로써 그 기술을 본인 것으로 소화하죠.”
즐거운 근무환경 조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인사로 근무를 시작하고, 마칠 때에는 잘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빵을 만드는 직업재활 뿐 아니라 근무가 끝난 뒤 함께 모여 노래를 하거나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등 교우관계조성 및 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사회화 과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빵집인 만큼 역시 ‘맛’이다. 숲 베이커리의 모든 빵은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한다.
“‘맛은 없지만 좋은 일 하니 먹어주세요’는 말도 안 되는 말이에요. 장애인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아요. 수익이 생기는 만큼 더 많은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는 우리 작업장의 특성상 좋은 선순환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좋은 빵을 만들어 많은 이익을 내야하죠. 냉정하게 말해, 밀가루로는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을 이길 순 없어요. 우린 치유와 안식의 숲처럼 건강한 빵을 만들고자 했어요. 화려한 기술은 없어도 뜨거운 열정으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정성은 절대 뒤처지지 않죠.”
함께하는 사회, 든든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을 꿈꾸며
대구 중증장애인다수고용사업장은 달서구 사업장과 숲 베이커리 단 두 곳으로, 달서구 사업장은 박스를 조립하는 제조업 위주의 임가공 사업장으로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쳐주는 제빵 사업장으로는 유일하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2002년부터 준비를 했어요. 계기는 일본에 있는 두부 공장을 방문했을 때에요. 장애인들이 두부, 쿠키, 미소된장 등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이 방문해주셨죠. 첫해에는 단순한 흥미였다면, 이듬해 또 그 이듬해 방문할수록 감동은 배가 됐어요. 7번이 넘게 방문하는 동안 직원들이 변하지 않았어요. 서툴지만 성장해 나가는 직원들의 모습, 또 그걸 이해해주며 함께하고자 하는 지역주민들 모습까지 더해져 우리나라에도 꼭 이런 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무조건적인 이해가 아닌 함께 성장해나가는 사회. 그런 사회를 위한 발판이 되고 싶어요.”
숲 베이커리의 최종목표는 일반사람들의 삶이 그렇듯 해가 뜨면 출근하고, 해가 지면 퇴근하는 그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중증장애인들의 삶을 만드는 것이다.
“숲 베이커리는 당장은 장애인들의 삶을, 또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당당히 제 몫을 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주세요’라는 안타까운 기도를 해야 하는 장애아 부모님들이 없어지는 그 날을 위해 뜨거운 열정으로 더 열심히 맛있는 빵을 구워내겠습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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