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 목표
비영리 공익법인 공식 출범
“동서양 융합된 신문명을 구현”
“나라 안팎으로 엄혹한 시대입니다. 뜻있는 분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어요. 여시재는 뜻있는 지식인들이 모이는 광장이 되고, 그들의 지혜를 담는 그릇이 되고자 합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하는 연구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식 활동을 선언했다.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지난해 12월 승인받은 뒤 8개월 만이다. 이 전 부총리는 여시재 이사장을 맡게 됐다. 이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한국은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담대함은 사라진 채 무기력함만 가득하다”며 “이제 우리 스스로의 생각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세계를 설득해야 할 때”라고 여시재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시대와 함께하는 집’이라는 뜻의 여시재는 동서양 문명의 융합을 뜻하는 ‘신문명’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향후 ▦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질서 ▦ 통일 한국 ▦ 도시의 시대 3개 분야에 대한 정책솔루션 연구, 인재 양성, 지식플랫폼 운영 사업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과 동북아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여시재 설립 배경으로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해양과 대륙 국가 사이에 끼어 흔들리고 있으며, 분단이 고착화되고 있음에도 반전시킬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북아에서는 중국과 미국, 서양과 동양의 힘과 문명이 부딪히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데다 강대국 간 긴장이 커지고 있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작정 대도시를 키우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더 이상 국가 중심의 시대가 유효하지 않음을 언급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 소수 강대국 중심이 아닌 세계 전체를 위한 세계질서 구축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동서양을 뛰어넘는 신문명이 깃든 도시를 구현하고 싶다”며 여시재의 활동 방향도 언급했다.
여시재는 우선 주요 연구 과제로 택한 세 가지 분야를 중점으로 구체적인 정책과 솔루션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한 조직 내부에서만 지식이 오가는 폐쇄성을 지양하고 외부 지식인, 싱크탱크와 협력해 자유로운 지식 생산과 공유를 도모한다. 인재양성뿐만 아니라 국내외 리더들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도 집중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일이나 실현되지 않을 일을 고집한다는 뜻의 고사 ‘수주대토(守株待兎)’를 언급하며 “여시재는 우리 앞에 놓인 시대 정신을 내다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시재는 오는 10월 동북아 주요국가의 각계 리더들을 초청해 포럼을 열어 활동 계획을 구체화한다. 이 이사장은 “각자 할 말을 하고 사진 촬영하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동북아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여 인사 간 비공개 회의가 우선적으로 진행되며 그 중 일부를 일반에 공개한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 설립을 목표로 낸 출연금으로 출발한 여시재는 출범 준비 단계부터 각계를 고루 망라한 이사진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 이사장을 비롯, 김도연 현 포스텍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등이 이사로 참여한다. 상근 운영진으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운영 담당 부원장, 조정훈 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대표가 대외 담당 부원장, 이원재 전 희망제작소장이 기획이사를 각각 맡는다. 지식 공유와 솔루션 제안이 자유로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원장직은 공석으로 둔다.
출범식에 참여한 김도연 총장은 “미래를 주도하는 건 새로운 기술”이라며 “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해 도전적이면서도 남을 보듬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원재 기획이사는 “기존 싱크탱크 모델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차원의 지식플랫폼이 되겠다”며 “온오프라인을 모두 포괄하면서 인재 양성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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