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 겸 외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과거 양국이 추진했다가 중단된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수치 여사는 이번 중국 방문 기간 동안 카친주(州) 이라와디강에 건설하려던 길이 1,310m, 높이 139.6m의 세계 15위 규모의 대형 발전소 공사 재개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트소네 수력발전소는 미얀마 군사정부가 중국의 투자를 받아 2009년 착공했다가 2011년 출범한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가 이듬해 돌연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은 공사 재개에 적극적이다. 앞서 미얀마 신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초 홍량(洪亮) 주미얀마 중국대사가 이끄는 대표단을 수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 파견했을 정도다. 당시 중국대표단은 주지사 및 지역 정치인과의 면담은 물론 고아원ㆍ양로원 등에 생필품을 기부하는 등 민심 다독이기에 주력했다. 현지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문제는 수치 여사의 입장이다. 수치 여사는 2012년 당시 당시 소수민족 삶의 터전을 빼앗고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발전소 건설을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실세가 된 지금은 중국과 경협을 확대해야 하는 난감한 상태가 됐다. 주요국 첫 순방지로 미국에 앞서 중국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자국 내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 여사로서는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미얀마가 친서방 일변도로 흐르지 않도록 제어하기 위해선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가 유용한 카드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수치 여사의 정치적 입장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러 건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전체적인 경협 규모를 확대하되 여기에 미트소네 건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정치적 체면을 살리면서 실리외교의 성과도 확보해야 하는 수치 여사 입장에서는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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