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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묵(71ㆍ구속)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의 청탁을 받고 세무조사 대상인 건설사 대표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박동열(63) 전 대전국세청장이 유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남성민)는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청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위 세무공무원이 제3자 청탁을 해결하기 위해 세무조사로 위축돼 있던 조사 대상자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내 상당한 압력을 느끼게 했다”며 “조사대상자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세무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박 전 청장이 이 일로 부정한 이득을 취한 점이 밝혀지지 않았고, 범행을 종용해 실제 이득을 취한 임경묵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점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청장은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으로 있던 2010년 4~5월 평소 친분이 있던 임 전 이사장과 부동산 매매대금 문제로 마찰을 빚던 건설업체 D사 대표 지모씨를 조사3국장실로 두 차례 불러 “임씨의 땅값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며 외압을 넣었다. 당시 D사와 계열사들은 조사3국으로부터 주식변동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다. 박 전 청장이 ‘해결사’로 나선 이후 지씨는 거래잔금 4억2,800만원을 주고 2억원의 추가금까지 임씨 측에 건넸다.
앞서 임씨 측은 2006년 지씨에게 매각한 부동산 잔금과 추가금을 조속히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2010년 1월 박 전 청장에게 문제해결을 부탁했고, 공교롭게도 두 달 뒤 D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임 전 이사장은 공갈 등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박 전 청장은 2014년 말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의 최초 제보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유흥업주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 됐지만 올 1월 무죄가 선고되는 등 검찰과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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