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초 만에 최단 시간 선제골 등
온두라스 ‘침대 축구’ 잠 재워
결승전서 獨상대 설욕전 나서
네이마르(24ㆍ바르셀로나)는 ‘춤추는 센터포드’같았다.
그라운드를 자유자재로 누비는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반칙뿐이었다. 네이마르의 현란한 발 놀림과 넓은 시야에 온두라스 축구는 준비했던‘침대’를 펴보지도 못했다. 브라질 팬들은 이제 ‘미네이랑의 비극’이 ‘마라카낭의 환희’로 바뀌기만 고대하고 있다.
브라질과 독일이 21일 오전 5시30분(한국시간)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결승전을 펼친다. 브라질은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준결승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준결승 당일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낭은 온통 노란색 물결이었다. 경기장 주변은 차와 사람이 뒤엉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취재진을 태운 셔틀버스도 극심한 정체 속에 갇혔다. 평소 40분이면 도착했는데 이날은 1시간30분이 넘게 걸렸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네이마르가 이름값을 했다. 전반 시작과 함께 선제골을 터뜨렸다. 공식 기록은 1분이지만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골이 들어간 순간 전광판의 시간은 14초였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 다른 외신은 15초라고 전했다. ESPN이 운영하는 트위터인 ‘ESPN STATS & INFO’에 따르면 네이마르의 득점은 올림픽 남자축구 역대 최단시간이다.
브라질은 이후에도 온두라스를 거세게 몰아쳐 5-0까지 앞섰고 후반 추가시간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으로 1골을 보태 6-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브라질은 지난 6월 코파아메리카 대회에 네이마르를 보내지 않은 대신 이번 올림픽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뽑았다. 이유는 단 하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위해서였다. 브라질은 월드컵을 5번 제패한 최다 우승팀이지만 올림픽에서는 은메달만 3개에 그쳤다. 자국에서 첫 금메달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내놓은 회심의 카드가 네이마르였다. 그러나 주장 완장까지 찬 그는 조별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실망한 브라질 팬들은 여자축구의 에이스 마르타(30)와 비교하며 ‘네이마르는 마르타에게 축구를 배우라’고 공격했다. 네이마르는 콜롬비아와 8강에서 선제 프리킥 결승골로 2-0 승리를 이끌며 살아났고 이날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온두라스는 네이마르를 막기 위해 유니폼을 잡아 끌고 거친 태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온두라스는 22개의 반칙과 5개의 경고(브라질은 반칙10, 경고1)를 받았다. 탄탄한 수비에 이은 ‘역습 축구의 대가’ 호세 루이스 핀토(64) 감독도 손 한 번 써보지 못했다. 8강에서 거미손 선방을 선보이며 한국을 울렸던 골키퍼 로페즈 루이스(23)도 망연자실했다.
브라질의 상대는 얄궂게도 독일이다.
독일은 나이지리아를 2-0으로 제압하고 올림픽 사상 첫 결승 무대를 밟았다. 독일은 이전까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딴 동메달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브라질과 독일은 2년 전 브라질월드컵 4강에서 격돌했다. 장소는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 독일은 무차별 폭격을 가하며 7-1 완승을 거뒀고 브라질 팬들은 대참사에 넋을 잃었다. 당시 부상 때문에 독일전을 뛰지 못한 네이마르는 브라질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관중석에서 봐야 했다. 이날 경기는 66년 전 ‘마라카낭의 비극’을 따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불렸다. 마라카낭의 비극은 1950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이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우승이 좌절된 악몽이다. 경기장에는 20만 명이 모였다. 정상 등극에 실패하자 심장마비로 2명이 숨졌고 2명은 자살했다. 마라카낭의 비극 이후 브라질은 흰색이었던 유니폼 색깔을 지금의 노란색으로 바꿨다.
과연 브라질은 슈퍼스타 네이마르를 앞세워 마라카낭에서 미네이랑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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