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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할 수 있다", 동료 선수들도 사로잡았다

입력
2016.08.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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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영/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한국체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외운 '주문'이 짙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마법의 주문은 동료 선수들까지 사로잡았다.

탁구 대표팀의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은 18일(한국시간)은 남자단체 3~4위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박상영을 언급했다. 정영식은 이날 남자단체전 첫 경기에서 나와 유일하게 승리를 챙기며 한국 탁구의 희망을 보여줬다. 세트 스코어 2-2에서 8-10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연속 4포인트를 따내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박상영을 떠올렸다. 정영식은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펜싱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지난 10일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세계랭킹 3위의 제자 임레(헝가리)를 결승에서 만나 15-14로 극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이 큰 감동을 몰고 왔다. 당시 박상영은 2세트를 9-13으로 마친 뒤 마지막 3세트를 앞두고 홀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되뇌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모두가 포기를 한 순간까지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너지지 않았던 박상영은 10-14까지 몰린 상황에서 5포인트를 연속으로 얻어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정영식이 위기에서 박상영을 생각하며 힘을 낸 이유다. 정영식은 "박상영 선수가 '할 수 있다'를 두 번 외쳤다는데, 나는 세 번 외쳤다. 하늘이 승리를 도운 것 같다"며 웃음지엇다. 정영식 뿐만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자 골프 대표팀 선수들도 박상영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세영(미래에셋)은 "펜싱 박상영 선수가 역전승을 거두는 장면이 멋있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야기를 들으면 울컥해진다"고 말했다. 전인지(하이트진로)도 "몇 점이나 지다가 역전한 것 아니냐"며 박상영의 투혼을 치켜세웠다.

정작 열풍을 몰고 온 박상영은 주변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 있다. 박상영은 지난 17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 그가 인천공항에 들어서자 "할 수 있다"는 외침이 공항 곳곳에서 들리기도 했다.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말이 한국에서 이렇게 화제가 되는 줄 몰랐다.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사실 그 역시 잠시 포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잠깐은 은메달이면 충분하다고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 이 기회를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는 "주문을 외우고 나니 이길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며 "'할 수 있다'는 말이 나 혼자 쓰는 말은 아니다. 힘든 상황에 빠진 모든 절박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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