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서 양국 관계 위해 검토
朴대통령 사드 의지 강해 포기
정부가 내달 3,4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부는 최근 정부 내 중국통들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를 누그러뜨릴 방안을 취합해 왔다. 정부 소식통은 “국내 전문가 그룹과 외교부 내 중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면서 “중량감 있는 인사를 대중 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국제정치에서 대통령을 대리하는 특사 파견은 통상적인 외교 채널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을 풀거나, 비우호적 국가에게 특정한 요구를 할 때 쓰이는 ‘최후 수단’으로 여겨진다. 헨리 키신저도 1971년 7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비밀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해 미중 수교의 물꼬를 텄다. 특사 파견이 요청될 만큼 한중 관계가 악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한중 간 격앙된 분위기를 낮출 전환점의 마련도 시급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 주재국이 중국인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항저우를 방문한다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특사 파견 방안을 일단 덮어두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판단에는 먼저 사드 문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강경한 의중이 고려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만약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박 대통령이 특사 파견 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한국 정부의 특사 파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점도 특사 포기의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로선 특사 방문을 허용할 경우,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논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현지 여론에 비쳐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비공개로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대북압박에 미온적인 중국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급하게 한중 관계 풀기 보다는 장기적 차원에서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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