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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소년 두 번 울리는 ‘아이돌 홈마’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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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소년 두 번 울리는 ‘아이돌 홈마’ 사기

입력
2016.08.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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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꼭 처벌해 달라” 첫 진정서

연예인 홈피 등 운영하는 ‘홈마’

팬 등에 업고 자체 상품 판매도

사기 피해액 10만원 안팎 소액

대부분 10대로 법적 대응 안 해

2. “수사방향 의뢰” 경찰도 곤혹

사이버 범죄인지 사기인지 애매

“팬심 악용… 가중처벌 고민해야”

최근 10대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홈마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 범죄도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대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홈마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 범죄도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열혈 팬인 김모(19)씨는 지난 5월 열린 엑소의 중국 콘서트에 직접 가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낙심하고 있던 김씨는 ‘엑소 공연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A(27)씨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연예인 관련 홈페이지나 SNS 계정을 관리하는 ‘홈마(홈페이지 마스터)’인 A씨 제안에 김씨 등 수십명이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A씨가 엑소 출국과 행사 사진을 제공하는 대신 A씨 항공료와 콘서트 티켓 값 수백만원을 나눠 지불하기로 했고, 김씨도 A씨가 불러준 계좌로 10만3,000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콘서트가 끝나고 약속한 날짜가 지났는데도 A씨는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 연락을 주고 받던 SNS 계정도 사라졌다. A씨가 잠적한 것이다. 큰 돈을 잃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길 것을 우려한 김씨는 지난달 A씨를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냈다.

최근 10대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홈마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 범죄도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와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특정 연예인과 관련한 자체 제작 상품을 만들고 판매까지 해 연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 수입을 올리는 기업형 홈마들이 증가하고 있다. 비싼 콘서트 티켓을 구입해 현장에서 아이돌 가수의 얼굴과 퍼포먼스를 고화질 고성능 카메라에 담은 뒤 10대 팬들에게 팔아 돈을 챙기는 식이다. 홈마가 공연 티켓 구입 등에 지출하는 비용도 팬들이 대신 부담한다. 청소년 팬 입장에서도 시간과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스타의 사진을 구할 수 있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10대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홈마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 범죄도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대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홈마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청소년들의 쌈짓돈을 노린 사기 범죄도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를 향한 팬심이 과열되면서 돈만 가로채 달아나는 사기 행각이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사기 피해를 공유하는 한 사이트에는 김씨처럼 홈마에게서 돈을 빼앗겼다는 제보가 다수 올라와 있다. ‘지난달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는 걸그룹 트와이스 사진을 찍어주는 조건으로 1인당 5만5,000원씩 입금을 요구한 홈마가 잠적했다’ ‘연예인 사진을 전송해 주겠다고 속여 100여만원을 가로챈 홈마를 꼭 잡고 싶다’는 내용 등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문제는 피해액이 워낙 적다 보니 신고를 꺼려 사기 실태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십명이 십시일반 10만원 안팎의 돈을 부담하는 정도인데다 피해자가 대부분 10대여서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거나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곤혹스럽기는 수사기관도 마찬가지다. 김씨 사건을 이첩 받아 조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홈마 사기와 관련한 고소나 진정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SNS 등 사이버 범죄로 보고 수사를 할지, 아니면 개인간 금전거래 과정에서 나온 사기 범죄로 봐야 할지 상급 기관에 수사 방향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연예인 관련 소비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사기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순수한 팬심을 사기에 악용하는 행태는 자칫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할 우려가 크다”며 “소액이라도 약자나 청소년을 상대로 한 범죄는 가중처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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