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 홍보 담당했던 유럽통
수주 전 자취 감춘 뒤 이달초 입국
귀순 외교관 중 최고위급… 北 타격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55)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에 귀순했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국내에 귀순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 인사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브리핑을 열어 “태 공사가 부인, 자녀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 아래 있으며, 유관기관이 필요한 통상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가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수 주 전 자취를 감춘 뒤 망명을 신청한 후 이달 초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현학봉 대사에 이은 서열 2위로 부대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는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관의 장승길 대사 이후 탈북한 최고위급 북한 외교관이다. 통일부는 당초 태 공사의 이름을 ‘태용호’라고 밝혔지만, 기자 회견 후 태용호는 가명이고 ‘태영호’가 본명이라고 정정했다.
정 대변인은 태 공사의 탈북 동기에 대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의 강경한 조치에도 불구,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 사태가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앞서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하던 태 공사가 종적을 감췄다고 보도하면서, 태 공사를 북한 체제 홍보 담당이자 북한의 최고 유럽 전문가라고 전했다. 일간지 가디언은 태 공사의 작은 아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이들의 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은 모두 끊긴 상태라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태 공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업적과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에 선전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지난해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영국의 기타리스트 겸 가수인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는 바로 옆에서 수행하기도 했다.
태 공사와 친분이 있는 BBC의 서울ㆍ평양 주재 특파원에 따르면 그는 평소 골프와 테니스를 즐겼고 올 여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는 특히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에서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활약했다. 당시 외무성 구주국장 대리이던 그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알려졌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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