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의 원료로 전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 정부와 국제 민간기구 등에서 북한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시작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17일 “북한 원자력연구원이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평안북도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생산을 위한 재처리를 재개했다’고 밝혀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원 측은 핵무기의 또 다른 원료가 될 수 있는 농축우라늄과 관련해서도 “핵 무력 건설과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농축우라늄도 계획대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 측은 특히 “미국이 핵무기로 우리를 항상 위협하고 있는 조건 아래서 핵실험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고,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탄두의 소형화ㆍ경량화ㆍ다종화를 이미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력난 해소를 위해 10만㎾급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북한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핵개발을 추진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영변 핵시설이 과거 6자회담을 통해 가동이 중단됐던 북한 핵개발의 상징이었다는 점, 미국의 위협을 이유로 핵실험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점 등에 비춰 북한이 연내에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점쳤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4월 북한이 영변의 5㎿급 흑연감속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또 6월 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 국무부 등도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사용후핵연료를 꺼내 냉각시킨 뒤 재처리시설로 가져가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영변의 흑연감속로에는 최대 8,000개의 핵연료봉이 탑재될 수 있어 이를 재처리하면 6㎏ 가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해당 시설이 본격 가동될 경우 북한이 보유하는 핵탄두 수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도코=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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