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처음으로 이란 공군 기지를 이용해 이슬람국가(IS) 근거지 등을 공습했다. 이란이 외국에 공군 기지를 개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장거리 폭격기 투폴례프와 전술 폭격기 수호이34가 이날 이란 서부 하마단 공군기지에서 출격, 시리아 내 테러리스트 근거지를 공습했다. 공습 대상은 시리아 알레포, 데이르 에조르, 이들립 등 IS와 알 누스라 전선(알카에다 시리아 지부) 근거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호이 전투기도 폭격기를 엄호하면서 위력을 과시한 뒤 이란 내 기지로 무사 귀환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습을 통해 테러 조직이 운영하는 5개의 무기 창고와 3곳의 지휘소, 상당수의 병력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투기와 폭격기가 이란 공군 기지를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시리아 공습을 위해 장거리 폭격기는 러시아 본토에서, 전술폭격기는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인 흐메이밈 기지에서 출격했다. 이란이 외국군의 군사 작전에 자국 영토를 빌려준 것 자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중동 정세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란과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면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동맹 수가 대폭 줄어든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란과의 협력을 통해 중동지역 영향력 제고에 눈독을 들일 법하다. 물론 러시아는 전투 비행 시간이 대폭 줄고 무기 탑재량도 늘릴 수 있어 작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란 역시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아제르바이잔-이란에 이르는 유라시아 종단 철도 연결 프로젝트를 집중 협의하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 소속 이란 전문가는 “이번 작전을 위해 러시아가 이란에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 종식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미국 간 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이란과 마찬가지로 현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아사드 정권에 큰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는 아사드 정권 퇴진 압박을 하는 한편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습이 미군과 협력하는 온건 반군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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