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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로 변신한 직지, 세계인에 말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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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로 변신한 직지, 세계인에 말을 걸다

입력
2016.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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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조직위 직원들이 17일 행사장 메인 게이트인‘직지월’을 만들고 있다. 직지 하권 활자 1만 6,021자를 새긴 격자형 박스를 쌓아 올려 만든 이 벽은 박스안에 LED조명이 설치돼 밤이 되면 거대한 유등으로 변신한다.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조직위 직원들이 17일 행사장 메인 게이트인‘직지월’을 만들고 있다. 직지 하권 활자 1만 6,021자를 새긴 격자형 박스를 쌓아 올려 만든 이 벽은 박스안에 LED조명이 설치돼 밤이 되면 거대한 유등으로 변신한다.

현존하는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테마로 한 세계인의 축제가 펼쳐진다.

충북 청주시가 9월 1~8일 청주직지문화특구에서 여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그 무대다. 이번 행사는 그 동안 격년제로 번갈아 개최한 ‘직지축제’와 ‘유네스코직지상 수상식’을 통합해 여는 첫 국제 행사다. 축제는‘직지, 세상을 깨우다’란 주제로 다채로운 전시ㆍ공연ㆍ체험행사를 통해 직지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창작예술 기획전부터 글로벌 명사 특강까지

주제전시 ‘직지, 금빛 씨앗’은 직지의 탄생을 기념하는 창작예술 기획전이다. 세계 11개국의 유명 작가들이 직지를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금빛 씨앗으로 정의하고, 그 창조적 가치를 표현한 작품 57점을 내놓았다. 이들 작품 대부분은 이번 직지코리아를 위해 만들어진 신작이다.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론 아라드(65·이스라엘)는 조형물이자 건축물인 ‘직지 파빌리온’을 선보인다. 직지 상징물로 제작되는 이 작품은 높이 12m, 넓이 64㎡의 대작이다. 고서(古書)를 엎어놓은 모양에 조립ㆍ해체ㆍ설치가 자유로운 모듈러 형식으로 디자인됐다. 30여명이 작품 내부에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선 행사 기간 ‘오늘의 20분’이란 미니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론 아라드가 직접 참여해 직지 파빌리온의 제작 과정을 들려줄 참이다.

주제전시 공간 연출은 세계적 설치 작가인 에이브 로저스(48·영국)가 맡았다. ‘색상의 마법사’라 불리는 그는 한국의 전통 혼례복에서 영감을 받은 붉은색으로 직지가 지닌 창조적 가치를 표현할 예정이다. 그는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고 이야기를 담은 주제 전시를 만들어 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주제전시관 한 켠에는 고인쇄 관련 유물이 전시된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 구텐베르크 인쇄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직지보다 더 먼저 만들어졌다는 금속활자본 ‘증도가’등을 통해 동ㆍ서양 인쇄문화 발달 과정과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다.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벌이는 ‘골든씨드 라이브쇼’는 강연에 퍼포먼스를 곁들인 색다른 공연이다. 글로벌 명사들이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란 주제 아래 토크쇼 랩 마술 연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직지의 가치를 알려 준다.

?영국 우주국 연구원으로 우주생물학 분야를 연구 중인 루이스 다트넬 교수가 지구 멸망 후 사라져버린 문명을 재부팅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방법을 사고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세계 최대 서점 아마존에서 전자책단말기인 ‘아마존 킨들’을 개발한 제이슨 머코스키는 전자책을 만든 현대인과 직지를 만든 옛 선현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놓고 얘기 꽃을 피운다. 역사 강사 이다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식물학자이자 식물세밀화가인 신혜우, 마술사 이은결 등도 연사로 나선다.

‘직지 월’이 품은 ‘책의 정원’

주 행사장인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설치 미술과 문화 공간으로 가득하다. 광장 가운데는 책으로 만든 프랑스식 정원을 설치한다. 이 정원은 책 모으기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2만 9,183권의 책으로 꾸민다. 2만 9,183권은 직지 총 활자수(2만 9,183자)를 상징한다. 관람객들은 책꽂이 형식의 설치 미술 작품에서 직접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이 정원에는 포토존과 휴식ㆍ독서 공간이 들어서고, 저자와의 만남과 워크숍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다.

광장 둘레에는 거대한 성벽 모양의 ‘직지 월’이 설치된다. 높이 11.7m, 길이 87m 규모다. 주 출입구 역할을 하는 이 조형물은 8,000여 개의 격자형 박스로 이뤄지고, 각 박스에는 앞뒤로 한 자씩 모두 1만 6,021자(직지 하권의 활자 수)의 한자(漢字)를 새긴다. 특히 박스에는 LED조명이 설치돼 화려한 야경을 선사한다.

전시장은 임시건축물인 ‘직지-공간’으로 연결된다. 이 구조물은 동떨어져 있는 전시 흐름을 이어주고 계단을 통해 오르내리는 터널로 시공됐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휴식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민이 꾸리는 세계인의 문화 잔치

이번 행사에는 시민이 만들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청주지역 19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직지코리아 시민프로그램추진단’은 청주고인쇄박물관 주차장 일대에 ‘1377고려, 저잣거리’를 세운다. 초가부스와 기와부스로 된 고려의 저잣거리를 재현해 고려의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음식과 물건을 판다. 고려의 특산물인 한지 도자기 철물 인삼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판소리 마당극 등 거리 공연도 펼쳐진다.

흥덕초와 고인쇄박물관을 잇는 길은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공예장터, 프리마켓, 재활용품 판매점 등을 운영한다. 청주예술의전당 광장 한 켠에 마련된 ‘직지놀이터’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내 마음대로 지도 그리기’ ‘활자 숲’ ‘3D 프린트’등을 체험할 수 있다.

직지코리아조직위원장인 이승훈 청주시장은 “국제행사에 걸맞게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 총회를 갖고 직지 국제컨퍼런스도 개최한다”며 “주제 전시에 출품된 작품 대부분은 청주시가 장기 임대해 직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국내ㆍ외 전시회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직지는

직지 하권 표지
직지 하권 표지

1377년(고려 우왕 3년)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된 책이다.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경’(1455년)보다 78년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상ㆍ하권 두 권으로 인쇄됐는데 하권 한 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아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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