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국이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이라크에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미국 주도 연합군이 이라크 전역에서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있고 올해 초 격화했던 반정부 시위도 잦아들자 원유 부국으로 경제성장 잠재력이 큰 이라크에 대한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 이라크에 몰린 해외직접투자(FDI) 규모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0억달러(약 4조3,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미국 에너지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2008년 이라크 진출 이후 최대투자금액인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올해 이라크 전력 인프라 개선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도 올해 이라크 전력 회사에 3억7,500만달러(약 4,11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WSJ는 “이라크 관광산업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가 53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구제금융으로 빌려주기로 한 점도 이라크 경제에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일어지는 데는 연합군이 올해 들어 팔루자와 라마디 등 거점도시를 IS로부터 잇따라 탈환하면서 이라크 정국이 크게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IS에 대한 연합군의 파상공격을 미국의 정치적 계산과 연결시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11월8일) 이전에 IS를 궤멸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합군은 모술 탈환 작전을 10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해 5월 경제난과 정치권의 부패에 성난 시민들이 이라크 의회를 점거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잠잠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수니파와 현 이라크 권력실세인 시아파, 북부 쿠르드족이 이라크 정치권을 3분하는 상황은 정국 불안의 잠재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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