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뮤지컬에서 전석매진, 즉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군은 주로 남성들이다. 조승우 김준수 류정한 등 이들이 나오는 공연은 그야말로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라 불린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매진의 힘을 과시하는 여배우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정선아도 뮤덕(뮤지컬 덕후)들이 흔히 얘기하는 회전문(재관람)을 돌게 하는 배우다. 정선아는 여성이 주인공이 뮤지컬 '위키드'의 2013년 국내 초연과 올해 두 번째 공연에서 금발 마녀 글린다를 맡아 총 180회(8월 16일 기준)나 무대에 올랐다. '위키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초록마녀와 주변을 다룬 이야기로 10여 년째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사랑 받는 뮤지컬이다. 정선아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공연에 불참한 적이 있는데 몇 번이나 "죄송하다" 말하며 불거진 눈가를 티슈로 닦았다. 또 대화 도중 글린다의 넘버곡을 부르며 감정을 덜어내기도 했다.
-한국 초연에 이어 두 번째 공연에도 글린다를 맡았다.
"초연 당시 너무 힘들게 연습했다. 긴 시간 동안 글린다와 '위키드'를 공부했다. 두 번째 무대는 사실 더 두렵고 그러나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초연 당시부터 글린다로 거론됐다. 팬들 사이서는 글린다는 곧 정선아다.
"내가 이 작품을 사랑하니 그렇게 보는 것 같다. 작품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아니 글린다를 예뻐해준다."
-글린다는 극중 누구에게나 호감 가는 외모,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그러나 이기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볼 때 한 대 때려주고 싶다고도 하더라(웃음). 마냥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글린다가 엘파바와의 우정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연기하면서 나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어떤 점이 닮았나.
"뮤지컬 배우로 생활하면서 남에게 상처도 주고 또 받으면서 오랜 기간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이런 점이 닮아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그냥 보면 상당히 세보이고 못될 것 같은데 꼼꼼하지 못하고 완벽주의자도 아니다. 허술한 면이 많다."
-체력 저하로 무대에 서지 못했다.
"하루가 천일 같았다. 지금껏 체력과 건강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자만하면 안된다.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관객들께 너무 죄송하다(말 끝이 흐려지며 눈물을 꾹 참으려고 고개를 들었다. 옆에서 건넨 휴지로 눈가를 꾹 눌렀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 공연에 피해를 준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 아유~ 요새 예쁜 것만 봐도 슬프다."
-혹시 엘파바를 연기할 생각은 없나.
"해볼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린다에 너무 정이 들어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글린다만) 파왔다. 왜 어떤 사람이 좋으면 옆에 있어도 그립지 않나. 글린다와 사랑에 빠진 기분이다. 28일에 막을 내리는데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글린다를 하고 싶다."
-어떤 면이 관객들이 사랑하는 것 같나.
"'위키드'가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관객들이 글린다를 통해 이입하는 것 같다. 자신만 알던 글린다가 엘파바와 오즈민들을 통해 마음가짐이 변하는 모습에 공감하는 것 같다."
-극중 애착이 가는 넘버는
"글린다의 성격과 성향이 잘 보여지는 곡은 '파퓰러'다. 가사를 보면 '남을 꾸며주며 행복을 얻고 난 천재야 나나나'라고 하는데 그 장면만을 떼어놓고 보면 글린다를 축약했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고 관객들이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넘버는 '감사해(Thank Goodness)'다. '난 더없이 기뻐요'라는 가사가 내 뮤지컬 인생을 모두 축약한 것 같아 매회 마음이 울컥한다.
-180여 회나 무대에 오르면서 변한게 있나.
"예전에는 고음에 신경 썼다면 이제는 함께 공연하는 많은 앙상블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맞춘다. 뮤지컬은 혼자 하는게 아니어서 동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기한다."
-초연 때와 다른 점을 찾자면.
"'위키드'는 관객들과 쿵짝이 잘 맞는 공연인데 두 번째가 더욱 그렇다. 부담이 큰 역할인데 열린 마음으로 봐준다. 또 이번엔 남자 관객들이 많이 온다. 저음의 웃음소리가 객석에서 들려온다."
-차지연, 박혜나 두 엘파바와의 호흡은.
"매 공연마다 발란스를 맞추려 한다. 차지연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졌고, 박혜나는 초연 때 함께 고생해 의지가 된다. 컨디션에 따라 내 에너지를 조절한다. 사실 이번엔 숟가락만 얹어 가고 있다."
-뮤지컬 외 다른 장르로의 진출은.
"이전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절대 안해가 아니라 병행이 벅찼다. 뮤지컬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크로스 오버를 하는데 더 잘됐으면 좋겠다."
-해외 진출에는 어떤 생각인가.
"에유~ 말을 어떻게 하나. 노래와 연기를 차치하고 발음, 딕션이 중요한데 아직 먼 얘기다."
-취미가 여행이다.
"셀프힐링이 된다. 또 여행을 통해 시야가 넓어져 다음 작품에 임했을 때 훨씬 크게 보여주는 것 같다. 가족이 사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며 뉴욕 브로드웨이를 방문해 적어도 5개 정도의 공연을 본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유럽을 찾았는데 체코의 작은 무용극부터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레슨도 받았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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