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에 가면 ‘coke’라는 말을 유난히 자주 듣게 된다. 반면에 북부에 가면 ‘pop’이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이고 서부에 가면 ‘soda’가 더 많이 쓰인다. 이들 어휘 중에서는 pop이 미 동부에서 서부까지 가장 넓은 지역에서 쓰이고 있다. 다음으로 ‘coke’가 남부의 절반에서 쓰인다. ‘soda’는 서부에서 사용되는데 그 빈도가 가장 낮다. ‘Coca-cola’가 아닌데도 남부에서 일반 탄산수를 Coke라고 부르는 것은 외부인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일이다. 특히 동북부에서는 이런 경우 ‘soda’라고 부르고 있고 중서부에서는 ‘pop’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는 더더욱 헷갈리기 쉽다. 특정 용어가 특정 지역에 광범위하게 쓰일 때 '사투리'(dialect)라고 말한다. 막상 그 지역의 insider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사투리가 아니라 범용어다.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난다 해서 방언이라고 단정지을 수 는 없다. 한국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우리말을 표준어로 정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General American’이라는 독특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발음이 달라 논란이 되는 tomato의 경우도 ‘Yo say tomahto, I say tomato’처럼 ‘토마-토’냐 토메이토’의 차이를 상호 인정한다.
지역 방언과 달리 '계층별 언어'(sociolect)도 있는데 ‘father’가 이에 해당한다. '아버지'를 뜻하는 Father는 딱딱하게 들리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는 ‘dad’라고 부른다. 그러나 고교나 대학에 들어가서도 ‘dad’라고 부르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30대에도 60대 아버지를 ‘dad’라고 부르는 미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빠'의 뜻으로 ‘dad’대신 ‘pops’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Hey, pops, I’m home'(아빠 저 귀가했어요) 같은 문장은 우리가 듣기에 생소하다.
‘Dad’는 1500년대부터 '아빠'라는 의미로 쓰였다. 반면 ‘pops’는 1830년대 이후 미국에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신혼 부부 중 한 쪽은 ‘Daddy'라고 하고 한 쪽은 ‘Pops'라고 부르는 일도 있다. 할아버지를 ‘Papa’라고 부르기도 한다. ‘Pops’나 ‘Pop’은 대개의 경우 '아버지의 날'처럼 특별히 애정을 담고 싶을 때 부르는 호칭이다. 어떤 이는 아버지와 서먹할 때는 ‘father’라 부르고 기분이 보통일 때는 ‘daddy’, 좀더 애틋한 마음을 담고 싶을 때는 ‘pop’, ‘papa’, ‘pa’, ‘pops’라고 부른다고 한다. 즉 ‘papa’는‘dad’에,‘papi’는 ‘daddy’에 해당되는 어감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어떤 아빠는 ‘Dad’가 ‘dead’과 흡사하기 때문에 ‘papa’로 부르라고 하며 'Hey, don't call me DAD, I am not DEAD, call me papa'라고 한다. 어릴 때에는 ‘dada’라고 하다가 10살이 넘으면 ‘dad’로 바뀌고 ‘father’로 부르는 경우 서운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나 나이별 계층별 언어'(sociolect)는 그 나름의 감성과 쓰임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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