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나 지방 축제, 해수욕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이른바 ‘꽃마차’라는 게 운행됩니다. 꽃마차는 손님들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마차의 무늬를 꽃으로 장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요, 마차에 승객을 태운 후 이용료를 받는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꽃마차를 끄는 말들에게는 꽃마차가 즐거웠을까요. 동물단체 케어는 최근 ‘도심 내 꽃마차 금지 입법을 위한 현장조사 보고서’를 냈습니다. 케어가 지난 해 3월부터 올 4월까지 지역 축제와 상설 행사장 11곳에서 꽃마차의 운행방법, 말의 건강 여부 등을 직접 관찰해 발표한 건데요.
먼저 대부분 마차에 태우는 승객의 수에 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꽃마차 제작 기준 자체가 없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는 말들에게 마차와 승객의 무게가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또 아스팔트 위에서의 생활은 말의 발굽과 무릎 관절 등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말은 예민한 동물임에도 속도가 빠른 차량들 속에서 달려야 하다 보니 지나가는 차량에 놀라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또 말의 편자도 낡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마차를 몰아야 하는 시간에는 먹이를 먹을 수도 물을 마실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운행 도중 배설물을 거리에 쏟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케어는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 꽃마차를 끌기 위해 약 30마리가 동원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실 꽃마차 문제는 지난 해 꽃마차를 끄는 말이 학대를 당하는 영상을 한 시민이 찍어 제보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영상 속 말은 경북 경주시 천마총 부근 유원지에서 말을 끄는 사람에게 발길질과 매질을 지속적으로 당하다 결국 쓰러지는데요, 쓰러진 뒤에도 학대는 지속됐습니다. 영상 속 깜돌이와 꽃마차에 동원된 또 다른 말 삼돌이는 우여곡절 끝에 케어가 구조했지만 평생 고생만 한 깜돌이는 지난 해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사실 마차 운행 행위만으로는 동물학대로 보기 어렵고, 교통법규로도 꽃마차의 도로 운행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차 운행이 중단된 사례들이 있는데요. 서울 청계천에서도 한 때 꽃마차가 운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안전성과 동물학대 등 민원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교통방해와 시민 안전을 이유로 마차 통제를 요청했고, 경찰은 청계천 일대 통행금지를 결정했습니다. 경남지방경찰청도 올해 진해 군항제 기간에 모든 도로에서 꽃마차 운행을 금지하기도 했지요.
동물단체들은 차량이 이동하는 도로에서 우마차 운행을 금지하고, 꽃마차 운영을 허가제로 바꾸어 정부가 꽃마차 운영과 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꽃마차를 타기 전 이를 끌기 위해 말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깜돌이 치료 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jQdRdbyTAsI&index=17&list=UU3xG8UBi0oj4NzF5uk2e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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