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드 수모’ ‘최악의 성적표’ ‘노골드에 한숨’…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 유도팀이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쏟아진 기사의 제목들입니다.
체급별 세계 랭킹 1위가 총출동해 기대가 컸던 만큼 이들을 응원하던 국민들의 아쉬움도 짙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수모, 최악, 한숨’ 같은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 소식을 전달해야 하나 싶습니다. 이런 표현들이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선수 개인에 대한 실망감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떤 기사에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란 뜻을 지닌 ‘참사’란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수백~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재지변이나 대형사고에나 쓰던 말입니다.
4년 동안 피땀 흘리며 준비했던 경기에서 패해 눈물을 삼키는 선수들의 모습과 나란히 쓰이기엔 지나치게 잔인한 표현입니다. 참사와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재앙’을 쓰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 만큼 아찔한 단어 선택입니다.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여자 배구에 대한 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체 구기종목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여자 배구가 이날 패하면서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44년 만에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사실을 언론들은 ‘충격의 올림픽’ ‘노메달 쇼크’ 같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전달하기 바빴습니다.
정작 국민들은 덤덤한 모습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충격적인 일도 아닐뿐더러 참사로 느끼기는커녕 올림픽 경기를 국가 대항전이 아닌 스포츠 그 자체로 즐기려는 모습입니다.
“메달 못 땄다고 언론만 시끄럽네요. 국민은 침착한데.” 직장인 이수영(30)씨의 일갈입니다. 그는 언론의 ‘오버’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올림픽 열기가 예년 같지는 않다지만 이왕이면 메달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다 1위를 확정 지은 뒤 그제서야 겨우 미소를 머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면 더 좋겠지요.
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메달이 없어도 4년 간 선수들이 흘린 땀의 무게를 의심할 국민은 없기 때문입니다. 메달 순위 하나하나에 과도한 애국심을 분출하는 것을 촌스러운 일, 소위 ‘국뽕’(지나친 애국주의를 조롱하는 신조어)으로 치부할 만큼 국민에게 올림픽은 즐기는 축제가 된 지도 오래입니다.
더 이상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의 모습은 언론의 관성화된 오버의 결과일지도 모르니까요.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