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뒤끝뉴스] 참사라니요, 오버하지 맙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끝뉴스] 참사라니요, 오버하지 맙시다

입력
2016.08.17 17:08
0 0
눈물을 흘리는 김현우(왼쪽) 선수와 서효원 선수.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눈물을 흘리는 김현우(왼쪽) 선수와 서효원 선수.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노골드 수모’ ‘최악의 성적표’ ‘노골드에 한숨’…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 유도팀이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쏟아진 기사의 제목들입니다.

체급별 세계 랭킹 1위가 총출동해 기대가 컸던 만큼 이들을 응원하던 국민들의 아쉬움도 짙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수모, 최악, 한숨’ 같은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 소식을 전달해야 하나 싶습니다. 이런 표현들이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선수 개인에 대한 실망감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떤 기사에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란 뜻을 지닌 ‘참사’란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수백~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재지변이나 대형사고에나 쓰던 말입니다.

4년 동안 피땀 흘리며 준비했던 경기에서 패해 눈물을 삼키는 선수들의 모습과 나란히 쓰이기엔 지나치게 잔인한 표현입니다. 참사와 비슷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재앙’을 쓰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 만큼 아찔한 단어 선택입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17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김연경 등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17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김연경 등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여자 배구에 대한 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체 구기종목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여자 배구가 이날 패하면서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44년 만에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사실을 언론들은 ‘충격의 올림픽’ ‘노메달 쇼크’ 같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전달하기 바빴습니다.

정작 국민들은 덤덤한 모습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충격적인 일도 아닐뿐더러 참사로 느끼기는커녕 올림픽 경기를 국가 대항전이 아닌 스포츠 그 자체로 즐기려는 모습입니다.

“메달 못 땄다고 언론만 시끄럽네요. 국민은 침착한데.” 직장인 이수영(30)씨의 일갈입니다. 그는 언론의 ‘오버’에 코웃음을 쳤습니다.

올림픽 열기가 예년 같지는 않다지만 이왕이면 메달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하다 1위를 확정 지은 뒤 그제서야 겨우 미소를 머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면 더 좋겠지요.

안바울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지난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66kg 이하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바실리 파비오 선수에 한판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바울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지난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66kg 이하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바실리 파비오 선수에 한판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메달을 따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메달이 없어도 4년 간 선수들이 흘린 땀의 무게를 의심할 국민은 없기 때문입니다. 메달 순위 하나하나에 과도한 애국심을 분출하는 것을 촌스러운 일, 소위 ‘국뽕’(지나친 애국주의를 조롱하는 신조어)으로 치부할 만큼 국민에게 올림픽은 즐기는 축제가 된 지도 오래입니다.

더 이상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의 모습은 언론의 관성화된 오버의 결과일지도 모르니까요.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