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등 공인의 공개된 개인정보는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도 제3자에게 유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공인의 인격을 법으로 보호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국립대 교수 A씨가 종합법률정보 업체 로앤비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A씨에게 50만원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네이버와 디지털조선일보 등 나머지 피고들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 취지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보 수집ㆍ제공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사회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이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해 우월하다”며 “로앤비 등이 영리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해 제3자에게 제공한 행위가 A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수집ㆍ이용ㆍ제공할 때는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는 불필요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으므로, 정보주체는 사후통제에 의해 자신의 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2년 로앤비 등 6곳이 자신의 생일과 직업, 출신대학, 사진 등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공시하고 타인에게 유료로 인물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사생활과 자기정보통제권, 초상권 등 인격권이 침해 당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각각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A씨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고 인정하고, 소멸시효가 남은 로앤비에 대해 A씨에게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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