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과 온두라스전 경기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대한민국의 단체 구기 종목에 리우데자네이루는 약속의 땅이 되지 못했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동도 밤잠을 설치게 한 축구의 기적도 없었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에서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에 단체 구기 종목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던 여자 배구 대표팀이 복병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1-3(19-25 14-25 25-23 20-25)으로 패하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단체 구기 종목이 전멸했다.
이번 올림픽에 한국은 남자 축구와 여자 배구, 여자 핸드볼, 여자 하키가 메달 사냥에 나섰으나 8강 문턱을 넘은 종목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10-10(금메달 10개 종합 10위) 목표에 비상이 걸린 한국의 또 다른 고민은 단체 구기 종목의 몰락이다. 이들의 임펙트는 개인 종목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럿이 함께 뛰는 만큼 감동의 무게가 몇 배나 크고 국민들의 이목을 한데 모으는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단 점에서 상당한 대미지로 다가온다.
그 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전해온 단체 구기 종목의 찬란한 역사는 일단 쉼표를 찍게 됐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가 동메달을 땄고 1984년 LA에서는 여자 농구와 여자 핸드볼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여자 핸드볼이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로 새 역사를 창조했다. 여자 하키와 남자 핸드볼도 은메달을 더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는 여자 핸드볼이 또 금메달을 땄고 1996년 애틀랜타 때는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가 은메달을 가져왔다. 계속해서 2000년 시드니 남자 하키 은메달ㆍ야구 동메달, 2004년 아테네 여자 핸드볼 은메달, 2008년 베이징 야구 금메달ㆍ여자 핸드볼 동메달, 2012년 런던 남자 축구 동메달로 계보를 이어왔다.
가장 아쉬운 건 남자 축구다. 신태용(46)호는 사상 처음으로 본선 조별리그를 1위롤 통과하며 내심 동메달 이상의 최고 성적을 기대했다. 우승 후보 독일과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기고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1-0으로 잠재웠으나 8강에서 뜻밖의 온두라스에 0-1로 지면서 2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조별리그에서 12골을 폭발시켰던 한국은 정작 8강에서 골 결정력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 수비 역시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경기 내용상 알고도 당한 패배여서 더운 진한 안타까움만 남겼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28ㆍ페네르바체)을 앞세운 여자 배구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만의 메달 가능성을 높였으나 김연경과 나머지 선수들의 전력 차가 컸던 게 메달권 진입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비인기 종목임에도 올림픽 시즌만 되면 효자 종목으로 사랑 받던 우생순의 신화 여자 핸드볼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여자 하키는 리우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 했다. 나란히 본선 조별리그를 뚫지 못했는데 여자 핸드볼(1승 1무 3패)은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고 여자 하키(1무 4패)는 상대의 강력한 압박 운영에 맥을 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구기 종목은 이제 개인 경기인 탁구와 골프만 남겨뒀다. 이마저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탁구는 단체전에서 독일과 동메달을 다투고 4명이 출전하는 여자 골프는 나란히 세계랭킹 1~4위에 포진한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 에리야 쭈타누깐(21ㆍ태국) 브룩 헨더슨(19ㆍ캐나다) 렉시 톰슨(21ㆍ미국)의 벽을 넘기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리우에서 경험한 단체 구기 종목의 동반 몰락은 좋은 보약으로 여겨야 한다. 절대 강자는 있어도 절대 약자는 없다는 게 여실히 증명됐다. 프로 선수들의 활발한 올림픽 참가로 세계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 4년 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재기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과 더욱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각 종목별로 대표팀 운영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초ㆍ중ㆍ고 선수들의 체계적인 관리 및 육성 시스템의 재점검이 요구된다. 도쿄에서는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명예회복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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