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북한 대사관의 태용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17일 한국으로 망명했다. 태 공사는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급이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태 공사가 부인 및 자녀들과 함께 국내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가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몇 주 전 자취를 감춘 뒤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하던 태 공사가 종적을 감췄다고 보도하면서 태 공사를 북한 체제 홍보 담당이자 북한의 최고 유럽 전문가라고 전했다. 일간지 가디언은 태 공사의 작은 아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이들의 전화와 SNS 등은 모두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BBC는 당초 태 공사의 직급을 부대사(deputy to the ambassador)라고 표현했으나 영국 정부가 작성한 이달 현재 런던 주재 외교관 명단에는 공사(minister)로 적시돼 있다. 공사는 공관 차석에 해당된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업적과 북한의 이미지를 영국에 선전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지난해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턴 공연장을 찾았을 때는 바로 옆에서 수행하기도 했다. 태 공사와 친분이 있는 BBC 서울ㆍ평양 주재 특파원에 따르면 그는 평소 골프와 테니스를 즐겼고 올 여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는 특히 200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에서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외교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외무성 구주국장 대리이던 그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알려졌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