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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면허 취소 중 또 음주운전 사망사고... 징역 3년刑 납득하십니까

입력
2016.08.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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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막내아들의 허망한 죽음

오토바이 타고 가던 정미소 총각

車가 뒤에서 들이받아 목숨 잃어

운전자 보험 없어 보상도 못 받아

2. 네티즌 “형 너무 가볍다”

외국은 음주운전에 강력한 처벌

日 16년ㆍ美 15년 등 판례도 있어

검찰 “고의적 부주의 양형 높여야”

3. 공식적인 대응 없는 법원

“檢의 징역 10년 구형이 이례적

양형기준 수정 등 조율 있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월26일 낮 12시40분쯤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한 도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모(37)씨의 뒤에서 난데없이 승용차 한 대가 달려들었다. 그를 들이받은 승용차는 바닥에 나뒹군 한씨를 끔찍하게도 80여m나 더 끌고 가서야 멈춰 섰다. 착하고 성실하던 ‘정미소 노총각’ 한씨의 목숨을 앗아간 날벼락 같은 사고였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건 71살 서모씨. 당시 서씨는 면허취소 수준(0.1%)을 훨씬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213%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뒤 이듬해 무면허 상태로 또 음주운전을 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다시 저지른 범행이었다.

서씨는 종합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승용차를 몰았다. 한씨의 노부모는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귀한 막내아들의 허망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검찰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서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사상)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법원에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서씨와 같은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사망사고 음주 운전자에게 징역 10년 구형은 처음이었다. 과거에는 보통 징역 3∼5년형이 구형됐다. ‘동기 없는 살인’ 음주운전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 구형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 최우진 판사는 지난 10일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고령이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기준 권고형인 징역 1∼3년의 상한선으로 형량을 정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근 3년간 두 번이나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상습운전자가 대낮 만취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데 대해 법원이 합당한 판결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16일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를 내면서 “서씨 선고와 관련한 보도기사에 무려 4,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형이 너무 가볍다’고 관심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국민 감정과 괴리가 큰 판결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내에서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내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더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 사망사고는 1년 이상 징역, 상해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가 법정형이다.

외국의 처벌수위는 이보다 훨씬 더 세다. 일본 사이타마(埼玉) 지방법원은 2008년 술을 마시고 차를 몰아 동승자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6명을 다치게 한 피고인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은 음주 전력이 있는 상태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낸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의 엄벌을 내리기도 했다.

이현철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법원이 모든 교통사고에 대해 동일한 양형을 정할 것이 아니라 ‘고의적 부주의’ 범죄인 위험운전치사는 따로 분리해 양형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도 “생명안전에 위험을 주는 음주운전은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양형기준에 벗어나지 않은 판결인데도 검찰이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게 오히려 이례적”이라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더라도 양형기준 수정 등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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