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규모로는 최대… 61명 남아
혐의 없이 최고 14년 구금하기도
UAE로 이송해 재정착 과정 착수
‘무기한 수감자’ 석방 의향도 밝혀
미군의 잔악한 인권 침해 행위로 미국 최대 아킬레스건이라 불리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감자 15명이 제3국으로 추가 이송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최대 규모의 석방이 이뤄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인 ‘임기 중 관타나모 폐쇄’는 더욱 현실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15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수용돼 있던 장기 수감자 15명을 아랍에미리트로 최종 이송했다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예멘 국적의 수감자 15명은 아랍에미리트로 이송된 뒤 모두 재정착 프로세스에 따라 석방될 전망이어서 2009년 12월 12명의 수감자가 석방된 이래 오바마 정권 하에서 이뤄진 단일 최대 규모의 석방이 된다. 이송 협상을 담당한 미 국방부 소속 리 울로스키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위해 인도주의적 결정을 내려준 아랍에미리트 정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엄밀한 심사를 통해 이송 및 석방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혐의 없이 최고 14년간 관타나모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국적 중 2명만이 테러 가담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다른 13명은 모두 무혐의 상태였다.
이로써 관타나모 수용소에 남은 수감자는 61명으로 줄어 들게 된다. 미군은 2002년 1월 이래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관타나모 수용소 내 특별 군사법정을 통해 ‘테러용의자’ 770여명을 임의로 구금해왔다. 하지만 사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함께 2006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조사로 수감자에 대한 고문 및 성적 학대 실상이 드러나자 미국 정부는 방향을 틀어 수감자 석방과 본국 송환, 제3국 이송 협상에 돌입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계획을 발표한 뒤 실제로 수감자 규모를 대폭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6개월 동안 매달 10명 안팎의 수감자를 석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번 대규모 이송으로 분위기 전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오바마 정부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과감한 석방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무혐의 상태이나 석방을 진행하기엔 테러 관련 위험이 매우 높은 인물들을 가리키는 ‘무기한 수감자’(forever prisoners)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미 국방부는 무기한 수감자에 대한 석방 의향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실제 지난달 전직 알카에다 대원인 북아프리카 모리타니 출신의 수감자 모하메두 울드 슬라이(46)가 수감 14년 만에 가석방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던 수감자들을 받아줄 국가가 없다는 점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본국 송환자가 아닌 경우 제3국에서 수감자들의 재정착을 책임져야 하나 미국의 전통 동맹국들조차도 무장 조직과 연루 경험이 있는 이들의 수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관타나모 수감자를 받아들였던 우루과이 정부는 지난해 말 더 이상 추가 이송은 받지 않겠다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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