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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Sad Spoon Theory (슬픈 스푼 이야기)

입력
2016.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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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대통령도 은수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4년 전 재선 운동을 할 때에 Ohio의 전문대 학생 400명 앞에서 “I wasn’t born with a silver spoon in my mouth. Michelle wasn’t, either”라고 말했다. 불운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모의 이혼으로 10세 때부터 조부모 밑에서 자라긴 했어도, 할머니는 Hawaii은행의 부행장이었으며 초등 5학년 때부터는 매우 비싼 사립학교를 다녔다. 그가 Hawaii, Seattle, Indonesia로 이사다닐 때에도 넉넉한 환경이었다. 그의 어머니 또한 해외에서 연구직으로 연봉 8만불을 받았으니 중산층이었다. 그런 배경을 놓고 “Maybe he was born with a BLACK gold spoon in his mouth”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관용구 silver spoon대신 black을 사용한 것은 흑인이지만 gold spoon만큼 유복한 환경이었다는 의미에서다. 또 다른 은수저 얘기는 아들 Bush가 1988년 Texas주지사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다. 당시 민주당 주지사이었던 Ann Richards는 부자집 아들 Bush를 지칭하며 “Poor George, he can’t help it - he was born with a silver foot in his mouth”라고 말해서 유명해졌다. 입안에 발을 집어넣은 채라는 말은 ‘실언을 하다’는 관용구 표현이다. 거친 입과 매너가 없다는 뜻인데 어쩌면 지금 공화당 후보 Trump에게도 똑같이 적용 가능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남의 나라 은수저 얘기를 하다 보면 우리의 현실에 암울한 기분이 몰려온다. 한 때 ‘Korean Miracle’이라 불렸던 우리나라가 최근 몇 년부터 젊은층에서 ‘Hell 조선’ ‘망한민국’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2만명 이상의 젊은층을 조사한 설문에서 88%가 ‘I hate Korea’라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고, 한 Online조사에서도 93%가 ‘한국인이라는 게 창피하다’고 말하면서 그 책임과 이유가 ‘bad government’(46%)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한 외국인들은 ‘조선’이 곧 Korea가 아니냐면서 마침내 ‘Hell Korea’라는 최종 번역을 내놓는다.

그런데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스스로 비하’(self-loathing)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그게 순전히 국민의 잘못인 양 여전히 남 탓 연설을 하고 말았다. ‘헬조선’용어가 이 정부 때 나온 것인데 행간 어디에도 ‘이 정부의 실정’ ‘그래도 정부의 부족 탓’이라는 자기 반성의 흔적도 없다. 금수저(golden spoon) 흙수저(dirt spoon)라는 자의적 유행어(buzzword)에 공감하는 시민이 많다는 것도 슬프지만, 젊은이들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There is no answer or future for us) ‘우리에겐 직업도 돈도 없다’(No jobs and no money have come our way)고 한탄하는 것을 듣노라면 억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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