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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 한식에 ‘MSG 된장’… 식재료부터 건강하게

입력
2016.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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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트에 진열된 고추장과 된장들. 한식이 건강식으로 알려진 것에 걸맞지 않게 MSG 등이 사용된 제품이 많다. 김신정 제공
미국 마트에 진열된 고추장과 된장들. 한식이 건강식으로 알려진 것에 걸맞지 않게 MSG 등이 사용된 제품이 많다. 김신정 제공

한식 요리를 다년간 뉴요커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만, ‘한식은 건강식’이라는 주장을 자신 있게 하지 못한다. 2011년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순진하게도 한국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류에 화학조미료가 첨가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감칠맛이 풍부한 발효식품인 장류는 그 자체로 우리 음식의 기본이며 자랑이라 생각했지만 이 믿음은 곧 깨졌다.

하루는 첨가물을 그다지 꼼꼼히 체크하지 않고 한국 마트에서 덥석 집어온 된장을 요리 클래스에 쓰려고 진열해 놓았다. 그 날은 한국음식과 그 조리법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 교사가 클래스 준비를 도와주며 내가 가져온 여러 한식 재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국 된장에는 원래 MSG가 들어가나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했고, 이 선생님은 화학 조미료가 깨알같이 적혀있는 그 된장 용기의 뒷면을 보여주었다. 어디서든 요리 클래스를 가르칠 때, 특히 그 클래스가 신선한 식재료와 발효식품의 사용으로 맛있는 일상요리를 만들어 내는 한식 요리 클래스라고 소개했을 때,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불문율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라 자세히 살피지 않은 내 불찰이었고, 요리강사로서 신뢰를 잃을 수 있는 해프닝이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요리 클래스를 위한 한식 재료를 살 때 첨가물을 꼬박꼬박 다 읽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당분 과다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탄산음료와 과일맛 음료에 많이 쓰이는 액상과당(high fructose corn syrup)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 액상과당은 의외로 한국 간장류에서 종종 보이는데, 액상과당과 더불어 부정적 평판을 얻게 된 물엿(corn syrup)도 일반 고추장 첨가물로 기재되어 있다. 어느 진간장은 굴 엑기스가 첨가되어서 채식 클래스에 쓸 수가 없다. 작년 가을 김치 클래스에서는 MSG가 첨가되지 않은 한국산 액젓을 찾다가 결국 태국산 피시 소스를 쓰기도 했다. 한국산인지 아닌지보다 MSG가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요리를 가르치는 곳에 따라 이런 첨가물이 들어간 재료 금지를 명시하는 곳도 있어 한국 마트나 아시안계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고추장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된장도 학교측에서 허락한 일본산 유기농 미소로 대체해야 한 경험이 있다. 뉴요커들에게 건강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한식 클래스를 가르치면서도 정작 한국 브랜드의 한식재료는 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식 클래스를 가르치다 보면 어떤 고추장, 된장 제품을 사야 하는지, 유기농 재료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인 교포가 많은 뉴욕지역은 한인 마트나 한식 재료를 판매하는 아시안 마트를 인터넷이나 친구들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마트들의 진열대를 가득 채운 갖가지 종류의 고추장, 된장 제품들에는 각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영어 설명이 부족하다. 유기농 상품도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다.

그래도 최근 들어 한국 기업과 한인 교포들이 이런 아쉬운 점들을 개선해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된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웰빙, 건강식 트렌드에 맞춰 글루텐 프리 제품이고, non-GMO 재료로 만든 점을 강조한다. 또한 첨가물 표기가 명확하다. 한식과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된 고품질 장류의 인터넷 구매가 가능해진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 미국현지인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영어 설명이 분명한, 한식은 건강식이라는 주장에 걸맞은 재료를 좀 더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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