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물레방아는 당시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켰다. 떨어지는 물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는 방앗공이가 곡식을 찧어대면서 짧은 시간에 대량 가공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레방아와 뗄 수 없는 방앗간이라는 공간은 외지인과 걸인들이 머무르기도 하고, 때로 눈을 피해 만나는 연인들의 밀회 장소가 되면서 근대 소설 속 모티프로 적잖이 활용되기도 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나 나도향의 ‘물레방아’등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에 남은 물레방아 중 가장 오래된 것이 강원 정선군 화암면 백전리 물레방아다. 1900년경 전기 시설이 없던 당시 지역 토착민들이 농산물 가공 목적으로 순수 목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백전리 물레방아를 가만히 바라보면 대형음식점이나 관광지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고향에 대한 향수가 물씬 전해져 온다. 군데군데 이끼 낀 풍차는 백 년 세월을 말해주고 옆에 자리한 초가집의 디딜방아는 수확의 계절을 기다린다. 방아가 힘차게 돌 때쯤이면 하늘에도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오를 것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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