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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안과의사, 오토바이 타고 아프리카 종단하며 의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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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안과의사, 오토바이 타고 아프리카 종단하며 의료봉사

입력
2016.08.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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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해(왼쪽) 비전케어 이사장의 스와질란드 방문은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스와질란드에 있는 여러 왕 중 한 명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른쪽 남성은 김 이사장이 2007년 방문했던 당시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와 또 수술을 받았다. 비전케어 제공
김동해(왼쪽) 비전케어 이사장의 스와질란드 방문은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스와질란드에 있는 여러 왕 중 한 명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오른쪽 남성은 김 이사장이 2007년 방문했던 당시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와 또 수술을 받았다. 비전케어 제공

“아프리카에는 인구 100만명당 안과의사가 1명이 채 안 됩니다. 아프리카, 특히 동부와 남부 지역 국가들은 세간의 편견과 달리 대체로 잘 살지만 그래도 안보건 상황이 좋지는 않아요. 안질환 환자들을 제때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아프리카 안보건 개선을 위해 지난달 5일부터 아프리카 9개국 8,000여㎞를 오토바이로 종단하며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김동해(52)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 이사장은 16일 케냐에서 국제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서울 명동성모안과 대표 원장인 김 이사장은 선린감리교회 목사인 권구현 이사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스와질란드, 모잠비크,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를 지나 케냐에 머물며 안과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일 우간다에 도착해 무료 개안수술 캠프인 아이캠프 등을 진행한 뒤 이달 말 귀국한다. 비전케어가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일환인 이번 대장정에는 김 이사장과 권 이사, 다른 의료진과 행정 스태프 등 총 1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부분적으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비행기를 두고 오토바이를 고집한 것은 “대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와 마을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현실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추위와 비포장도로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지만 “걸거리에서 환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먹고 자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8개국을 돌면서 수술 환자 280여 명을 포함해 약 650명의 환자를 돌봤다.

아프리카 9개국 종단의 목적이 단지 의료봉사는 아니다. 김 이사장은 “아프리카 곳곳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현지 의료 시스템의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현지의 의료기관, 대학, 구호단체, 선교단체, 비정부기구(NGO)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안보건 상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아프리카라고 하면 가난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는 지원 방식의 다변화를 위해서다. “말라리아나 에이즈 같은 질병에 대한 지원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렇게 생사에 관련한 질병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한 안질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실명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안과나 치과 같은 전문 분야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전문분야 의료인력 확충이 시급합니다.”

김동해 비전케어 이사장과 권구현 목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있다. 비전케어 제공
김동해 비전케어 이사장과 권구현 목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를 종단하고 있다. 비전케어 제공

그가 의료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비전케어를 통해 그 해 파키스탄, 몽골, 동남아시아 등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 2007년 스와질란드에서 아프리카와 처음 연을 맺으며 현지의 안과 의료 현실을 처음 알았다. 그 뒤로 꾸준히 아프리카를 찾은 그는 2010년 단기 봉사에서 그칠 게 아니라 현지 안과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에 ‘눈을 떠요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여정에서 각국 의료ㆍ보건 당국과 거점 병원을 방문해 현지 안보건 상황을 점검하고 여러 병원, 구호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유도 여기 있다.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가져온 일부 의료장비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의 활약상은 스와질란드와 탄자니아 등 현지 신문에도 보도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김 이사장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치료를 돕는 것보다 현지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해 그들이 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여정을 통해 현지 상황도 잘 알게 됐고 많은 단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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