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범죄 검거율 대폭 상승
집회 관리ㆍ수사권 독립은 미흡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때 ‘혹시 잘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임을 앞둔 강신명 경찰청장이 16일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경찰대 출신 최초,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경찰 수장에 올랐던 강 청장은 22일 퇴임식을 끝으로 2년 임기를 마무리 한다.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 후 이택순 전 청장에 이어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운 청장으로 남게 됐다. 그는 ‘임기 중 언제 가장 위기를 느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 3월 발생한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꼽았다. 큰 실책 없이 경찰 조직을 이끌었다는 게 강 청장에 대한 경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공과는 엇갈린다.
2014년 8월 세월호 소유주인 유병언 변사 사건’ 부실수사로 경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취임한 강 청장은 기초치안 확립이라는 큰 틀에서 현장과 업무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민생침해의 상징인 ‘동네 조폭’ 근절과 생활범죄수사팀 신설, 데이트폭력 단속 등은 강 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대표 정책들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살인과 강도 등 5대 범죄 검거율은 강 청장 취임 첫해인 2014년 66.3%에서 지난해 72.3%, 올해 6월 현재 79.2%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치안 패러다임을 예방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범죄예방진단팀을 신설하고 경찰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전담경찰관제를 확대한 일 등도 그의 주요 업적으로 거론된다. 강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56개 정부부처 중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곳은 경찰청과 통계청 밖에 없다. 현장과 업무중심의 조직문화가 가져온 결과”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론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특히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 살수차에 의해 의식을 잃고 쓰러져 투병 중인 농민 백남기씨 사건은 집회ㆍ시위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는 공권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많다.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수사권 독립 문제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도 내부의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서울 일선경찰서 경감급 수사관은 “뚜렷한 족적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강 청장만의 색깔이 없어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청장 스스로는 경찰관 처우 개선에 좀 더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강 청장은 퇴임 이후 구상과 관련, 정치권 진출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혹시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된다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정치권 진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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