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졸업생, 학교측 옹호 광고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 설립으로 촉발된 이화여대 학내갈등 해결을 위해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첫발을 뗐다. 지금까지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 행보를 통해 학교 측을 압박하겠다는 취지지만 총장 사퇴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생간 입장 차가 워낙 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교협) 주도로 구성된 비대위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 시위 20일째인 16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검토했다. 그 동안 학생ㆍ학교 측과 수차례 면담했던 교협은 이날 공동회장단 3인(김혜숙ㆍ정문종ㆍ정혜원 교수)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 비대위 명단을 공개하고 핵심 쟁점인 최경희 총장 사퇴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교협은 비대위를 활동 구심점으로 삼고 학내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타협점을 모색할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제 막 진용을 갖춘 만큼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학생ㆍ졸업생 사이에서도 학교 측을 옹호하는 공개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의견이 뚜렷이 갈려 당분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들의 모임’은 이날 중앙일보에 “총장 사퇴를 목표로 진행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농성에 공감할 수 없다”는 광고를 게재하고 학교 입장을 두둔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과 대규모 시위를 ‘범죄행위’로 규정한 뒤 “학생들이 신속히 검거 농성을 풀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농성 학생들은 “실체가 없는 일부 집단의 의견으로 출처도 명확하지 않아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모임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최 총장이 사퇴하고 사퇴 공문이 전달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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