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미자의 탈세 의혹을 제기한 공연기획사 하늘소리의 이광희 대표가 “이미자가 10년 동안 공연료 소득 중 25억 원의 소득 신고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16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늘소리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지급한 공연 출연료 35억원 중 하늘소리의 법인 통장으로 (이미자 측에)지급한 10억원만 신고됐다”며 “25억원은 내 개인 계좌로 이미자씨의 매니저 권모씨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하늘소리는 이미자 측의 요구로 2,000만~3,000만원 선인 공연 출연료를 소도시 공연의 경우 700만 원으로, 대도시의 경우에는 1,000만 원으로 축소 신고했다. 2013년이 이미자 측이 공연료를 축소 신고한 마지막 해다. 이로 인해 이미자가 2013년에는 1억1,800만원을, 2014년에는 4억1,500만원을 사업 소득으로 차이 나게 신고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이날 이미자 측에 공연료를 지급한 하늘소리 법인 계좌와 자신의 계좌, 그리고 이미자의 소득신고(2005~2015년) 내역 등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국세청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미자의 탈세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미자의 출연료 지정 방식도 문제 삼았다. 이 대표는 “이미자가 출연료를 주는 대로 받은 게 아니라 해마다 지정해줬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대표가 제기한 탈세 의혹에 반발하며 이미자 측이 “출연료를 받아 공연에 출연하는 출연자일 뿐 공연 판매와 진행에 대해선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 대표는 “이미자와 함께 한 지난 세월이 원통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미자가 공연료 25억 원의 신고를 누락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미자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미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린 뒤 보도자료를 내 “계약 관계에 따라 지급된 출연료는 모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미자 측이 공연 기획사에 출연료를 축소해 신고하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미자의 아들 김모씨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2013년에 비해 2014년에 공연료 수익이 약 3억 원이 오른 것에 대해선 “2014년엔 데뷔 55주년 기념 공연이 흥행해 상호 합의에 따라 출연료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출연료를 누락해서 차이가 난 게 아니라, 출연료가 올라서 소득 금액이 자연스럽게 올랐다는 얘기다. 이 대표가 문제 삼은 이미자의 출연료 지정 방식에 대해서는 “가수가 출연료를 공연기획사에서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는 건 무슨 논리인 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10여 년 간 이미자의 공연을 기획해 온 하늘소리 측은 “이미자가 공연 출연료를 원래보다 상당 부분 적게 신고하는 바람에 기획사가 떠안게 된 법인세 명목으로 지난 수년간 큰 금전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며 지난 3일 대구지방국세청에 이미자를 신고했다. 탈세 의혹에 휘말린 이미자 측은 “하늘소리와 계약한 전 매니저를 통해 출연료만 수령했다”며 “법인세에 관한 부분은 하늘소리와 전 매니저 간 문제”라며 탈세 의혹을 부인했다. 하늘소리와 이미자의 공연을 중계한 전 매니저는 2014년 세상을 떠났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