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현대중공업의 ‘힘센엔진(HiMSEN)’ 주요 부품 설계도면을 빼돌려 복제품을 생산ㆍ유통한 업자들이 해경에 적발됐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국제범제수사대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부품 제조업체인 S사 대표 이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남해해경은 또 박모(52)씨 등 선박부품 유통업체 대표 3명과 부품 타각 업체 M사 대표 정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남해해경본부에 따르면 이씨는 2012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힘센엔진 노즐부품 설계도면을 불법 입수한 뒤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처럼 노즐ㆍ연료 분사 장치 복제품을 만들어 15억원 상당을 중국 등 외국 선박부품업체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2009년 1월부터 최근까지 독일과 일본 등 세계 유명회사의 노즐부품과 같은 모델의 노즐 부품을 제조한 뒤 허위로 상표와 상호, 국제해사기구(IMO)의 인증번호 등을 부품에 표시하는 방법으로 15억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 등 선박부품 유통업체 대표 3명은 이씨가 만든 복제품을 매입하거나 정품과 동일한 인증번호를 새겨 6억원 상당의 짝퉁 부품을 정품인 것처럼 유럽 등에 판매한 혐의다. 정씨는 이씨와 박씨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정품과 동일하게 불법으로 인증번호 등을 새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남해해경본부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는 엄격한 승인절차를 거쳐 이에 적합한 선박엔진 부품에만 IMO번호와 EIAPP(국제기관대기오염방지증서)를 발급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 인증번호까지 도용해 해양대기환경 오염까지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빼돌린 설계도면은 현대중공업 노즐부품 기술의 90%에 달한다. 설계도면 중에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자 거액을 투자해 자체 개발한 3만5,300마력급 최신 엔진모델의 노즐부품 설계도 24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엔진 수명이 약 30년임을 감안하면 잠재적인 경제적 손실이 300억원에 달한다고 남해해경은 설명했다. 남해해경은 S사와 M사 등을 압수수색해 비밀장부를 발견하고 복제품 315점 등을 압수했다.
배종국 국제범죄수사반장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는 선박엔진 부품 사용은 자칫 대형 해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씨가 1,200여장에 달하는 힘센엔진 노즐부품 설계도면을 입수한 경위를 집중 수사하고 있으며, 중국 현지에 노즐부품 제조업체를 설립해 생산한 점을 미뤄 볼 때 관련 기술이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연구비 1,100억원을 투입해 만든 국내 최초의 500마력 이상 중형 선박용 디젤엔진으로, 조선분야 7대 국가핵심기술(산업통상자원부 고시)중 하나다.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등 40여 개국에 수출되는 힘센엔진은 중형엔진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2%)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