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파트 주제부 다시”
16일 오전 11시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생상스 교향곡 3번 1악장 도입부가 무한정 반복된다. 오보에, 플루트가 아다지오 서주를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주제부를 선보이는 지점에서 정명훈 지휘자는 “피치카토를 더 정확하게 내라”고 반복했다. 피아노와 다채로운 타악기군을 이용한 이 곡은 특히 2,4악장의 웅장한 오르간 연주가 포함돼있어 19일 롯데콘서트홀의 개관 연주곡으로 ‘낙점’됐다.
28년 만에 서울에 새로 문을 여는 클래식 전용홀의 개막 연주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8개월 만에 만난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서울시립교향악단간 호흡이다. 언론에 공개한 생상스 교향곡 외에도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을 연주하고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초연한다. 개막 연주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의 실황 앨범으로도 발매된다. 이날 리허설은 연주 실황 앨범 준비를 위한 녹음도 병행됐다.
리허설이 반복되자 하늘에서 더 정교한 주문이 떨어진다. “관악부만 다시 한번 연주해주세요.” 개관 연주 앨범 녹음을 맡은 프로듀서 마이클 파인이 백스테이지에서 마이크를 통해 지휘자와 단원들에게 지시 사항을 내린다. 객석에서 리허설을 구경하던 음향 자문위원 야스히사 도요타가 아예 무대 단높이를 올리자고 제안해 결국 단을 한번 더 높였다.
“연주실력이요? 워낙 오래 같이 일한 음악가들이라(믿고 연주하죠). 새 연주홀 개막 콘서트를 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한 기회라서 기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리허설 직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연 정명훈 지휘자는 “연주홀 음향이 아주 훌륭하다. 숙제는 연주자한테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에 있는 동안) 레코딩을 10개 했어요. 보통 연주회 준비보다 몇 배 더 연습해야 하는 데다 실력을 숨길 수가 없어요. 오케스트라 훈련에 굉장히 도움이 되죠. 이 시간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서울시향 운영에 관한 박현정 전 대표와의 갈등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큰 어려움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여기서 배운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시향이 지독히 피해를 봤다. 10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실력이)올라왔는데, 이게 얼마나 굉장한 일이길래 시향이 깨져야 하나. 모든 조사 결과가 나와도 궁금한 게 있다면 그 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 하는 후배들에게 진짜 훌륭한 음악을 만들려면 사람이 훌륭하고 좋아져야 한다고 말해요. 우리도 기술적인 건 올라갔는데 거기 한 계단 올라가려면 휴머니티도 올라가야 하죠. 그런 면에서 (검찰수사)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이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죠”라고 덧붙였다.
개막공연으로 세계 초연하는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에 대해서는 “일단 연주하기가 너무 힘들지만 오케스트라에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를 위해 써준 데 대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국내무대엔 얼마나 자주 서게 될까. “농담처럼 예순이 되면 일을 그만두겠다고 해왔는데 2년 더 있다 그만두게 됐어요. 예술감독 같은 그런 책임을 맡을 생각은 없지만 제 도움이 필요하면 도울 생각이에요. 국내 다른 오케스트라 지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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