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햇볕정책 정신 부정” 최재성 정청래도 반대 가세
김종인 “특별히 할 말 없으니까 선명성 경쟁하듯 이야기” 일축
더불어민주당에서 27일 전당대회에 앞서 새로 마련 중인 강령을 둘러싼 내홍이 가열되고 있다. 차기 당 후보들뿐 아니라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가세했고, 이들 다수가 친노무현ㆍ친문재인계 인사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김종인 체제’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민주 전대준비위원회는 노동자, 무상 복지 등의 문구를 삭제한 새 강령을 추진해 이번 논란을 초래했다.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추미애 후보는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새 강령과 관련해 “당의 기본정신인 햇볕정책과 10ㆍ4 남북정상 선언의 기조와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후보는 ‘통일을 위한 남북간 공동체 기반을 점진적으로 강화한다’는 문장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뺀 점을 문제 삼았다. 앞서 김상곤, 이종걸 후보는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 문구를 없앤 것에 대해 비판했다.
김영주 서울시당위원장 후보와 양향자 여성위원장 후보도 긴급간담회를 열어, 강령 개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자리에는 친노ㆍ친문계의 주요 인사들인 최재성 정청래 김용익 김현 최민희 전 의원이 참석했다. 정 전 의원은 “강령은 그 당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인데, ‘노동자’ 문구를 빼는 것은 노동정책을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간담회는 당초 네트워크 정당 구현을 위한 대선 경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이날은 강령 수정 반대가 주요 의제였다.
특히 참석자들이 전대에서 추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친노ㆍ친문계가 지원하는 후보들끼리 합종연횡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월 출범한 김종인 체제의 우클릭 행보에 대해 비판을 삼갔던 친노ㆍ친문계가 강령 개정 논란을 계기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권 주자들이) 다른 특별한 얘기를 할 게 없으니 그런 걸 갖고 마치 선명성 경쟁하듯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아직 강령 개정안을 본 적도 없다”며 “17일 비대위 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니 그 자리에서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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