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방식, 싸고 빠르고 편리
자동차보험 판매의 3분의 1 육박
설계사 수수료ㆍ지점 임대료 없어
손보 15%ㆍ생보 10% 정도 저렴
회사별ㆍ상품별 비교 한눈에 쏙
전용 상품ㆍ서비스도 속속 나와
질병ㆍ사고 등 보장성 상품은
직접 판단 어려워 신중한 접근을
‘싸다. 빠르다. 그리고 편리하다.’
비(非)대면 방식으로 가입하는 보험, 즉 다이렉트 보험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다이렉트 보험은 일반적인 보험보다 보험료가 싼 것은 물론 빠르게 가입할 수 있고, 무엇보다 비슷한 상품과의 가격비교가 쉬워 최근엔 자동차보험의 3분의 1 정도가 다이렉트 보험으로 팔릴 정도로 인기가 올랐다. 다이렉트 보험이 왜 더 저렴한지, 다이렉트에 더 적합한 보험이 있는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 궁금증을 짚어봤다.
일반보험보다 10~15% 저렴
다이렉트 보험과 일반 보험의 차이는 판매 채널에서 비롯한다. 일반 보험은 설계사 또는 보험사ㆍ은행 창구 등 소비자와 얼굴을 맞대는 ‘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반면, 다이렉트 보험은 인터넷ㆍ모바일(CM)이나 전화(TM),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된다.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나 지점 임대료처럼 대면 채널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보험료에 반영되는 일반 보험과 달리, 다이렉트 보험은 이런 중간 비용이 절약돼 보험료가 더 싸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의 경우 약 15% 정도, 연금보험 등 생명보험 상품은 약 10% 가량 다이렉트 보험 상품이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어 보자. 2011년식 2,000㏄ 자동차를 기준으로 같은 조건(첫 보험 가입ㆍ자기차량손해 가입ㆍ대물배상 등)을 대입해 홈페이지에서 견적을 내 보니 ‘삼성화재 애니카’(대면 판매 방식)와 ‘삼성화재 애니카 다이렉트’(CM 방식)의 연간 보험료는 각각 120만8,350만원, 102만8,580만원으로 다이렉트 보험이 약 18만원 더 저렴했다.
싼 게 비지떡은 아닐까. 보험사들은 보험의 계약 내용, 즉 약관이 동일한 이상 판매 채널이 다르다고 해서 상품의 질이 다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보험사들은 온라인 가입에 보다 적합한 상품들을 ‘다이렉트 전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고 있는데 이 경우 다이렉트 전용 보험이 비슷한 이름의 일반 보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가입 전 꼼꼼히 따져 보는 게 좋다.
가격 비교도 편리
보험사별, 상품별 가격을 한 눈에 쉽게 비교할 수 있다는 것도 다이렉트 보험의 장점이다. 생명ㆍ손해보험협회가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에 접속해 자신의 나이와 원하는 보장 수준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실손의료 ▦자동차 ▦여행자 ▦연금 ▦보장성 ▦저축성 등 거의 모든 보험의 회사별 보험료를 비교해볼 수 있다.
다만 보험다모아는 간단한 정보 만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게 낫다. 보험다모아를 통해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사 몇 곳을 추린 뒤 실제 보험료 계산은 이들 보험사 웹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해 비교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약관에 명시된 보장 범위가 같더라도 보험사의 평판과 규모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이렉트가 유리한 보험은
보험 전문가들은 “보장 구조가 단순한 보험일수록 다이렉트 가입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자동차보험과 같이 차량 보유자라면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은 다이렉트가 유리한데, 이런 의무보험은 보험 상품별 차별성이 비교적 적은 편이고 보장 범위도 회사 별로 큰 차이가 없어 온라인으로 가입해도 중요 사항을 놓칠 염려가 적다. 자동차 보험과 연계한 가입이 활발한 운전자보험이나, 주택화재종합보험 역시 상품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 다이렉트 가입이 유리할 수 있다. 여행자보험도 공항의 보험사 데스크에서 가입하는 것보다 모바일을 활용한 다이렉트 방식이 15~20% 가량 저렴하다.
다이렉트의 장점을 살린 다이렉트 전용 상품과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은 다이렉트 보험 가입시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클릭투콜’(C2C) 서비스를 마련했다. 가입 설계 시 문의사항이 생기면 클릭투콜 버튼을 누르면 상담원이 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방식이다. 삼성화재는 최근 업계 최초로 임신과 출산 질환과 관련한 실손입원의료비와 태아 위험을 보장하는 ‘삼성화재 다이렉트 임산부보험’을 출시했다. 아예 대면 채널을 없애고 다이렉트 보험 상품만 전문적으로 파는 악사(AXA)다이렉트와 더케이 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 손해보험 등도 다양한 다이렉트 보험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소비자가 판단해야 할 것이 많은 보험은 다이렉트 가입이 불리할 수도 있다. 특히 생명보험 상품 중 만일의 질병이나 사고에 대한 위험을 보장 받는 보장성 보험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다이렉트 가입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보장성 보험은 원하는 담보(보장 대상)를 직접 골라서 넣어야 하는데, 어떤 담보를 포함시킬 지를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가령 암 보험만 해도 갑상선 암을 다른 암과 동일하게 취급해 같은 보험금을 주는 보험과, 소액암으로 취급해 일반 암보다 훨씬 적은 보험금만 지급하는 보험 등 천차만별로 나뉠 수 있다.
방대한 보험 약관을 정독할 자신이 없다면 설계사와 직접 만나 상품 설명을 들어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생명보험 가운데 위험 보장보다 재테크를 목적으로 하는 저축성 보험(저축ㆍ연금보험 등)은 보장성 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품 구조가 단순 명료해 어느 정도 금융 지식이 있다면 다이렉트 가입도 시도해 볼 만 하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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