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홍성지 9단
<장면 8> 준결승전 2국은 1국을 치른 지 한 달 만인 2015년 12월 8일에 열렸다. 대국 장소는 똑같이 한국기원 지하 1층 바둑TV스튜디오였지만 대국장 분위기가 1국과 전혀 달랐다. 홍성지의 옷차림 때문이다. 1국 때는 해군 군복을 입었지만 이날은 말쑥한 신사복 정장 차림이었다. 바로 3일 전에 제대를 해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온 것이다. 군 복무의 부담감에서 벗어난 홍성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착실한 반면 운영으로 중반 이후 계속 선착의 유리함을 지키고 있다.
박정환이 하변에서 △로 끊었을 때 홍성지가 1, 3으로 선선히 물러선 게 현명한 선택이다. 자칫 <참고1도> 1로 반발했다간 2를 당해서 간단히 흑이 안 된다. 4, 6으로 하변 흑진이 꽤 부서졌지만 5, 7로 백 두 점을 잡고 살아서 생각만큼 큰 손해는 아니다.
우하귀에서 8~12로 백돌을 살아간 게 큰 끝내기지만 좌상귀 15도 엄청나게 큰 자리다. 또 좌변에서 13으로 껴붙였을 때 14로 물러선 건 정수다. <참고2도> 1로 차단하면 2부터 6까지 백이 곤란하다.
박정환이 좌상귀에서 18로 건너 붙여서 22, 24로 귀를 지켰지만 대신 홍성지가 25, 27로 상변을 모두 집으로 만들어서 바둑은 여전히 흑이 유리한 형세다. 게다가 이제는 바둑판에 큰 자리가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박정환이라도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