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충돌, 생산차질 ‘눈덩이’… 30년간 협상-결렬-파업 틀 깨야
노조 일각 “금속노조 지침보다 본사 임금협상에 더욱 집중ㆍ타결해야”
현대차 노사가 지난 5월부터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3개월이 넘도록 타결을 하지 못한 채 지난달 19일부터 파업을 일삼고 있어 울산지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노사는 지금까지 17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피크제에 갇혀 옴싹달싹하지 못한 채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한발씩 양보하는 대승적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6일로 예정된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액이 포함된 일괄제시안을 내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 등) 특단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나섰다.노조는 지난 12일자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소식지를 통해 “일괄제시안 요구에 사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16일 18차 단체교섭에서도 진정성 있는 안을 내지 않을 경우 더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휴가 직전에도 일괄제시안을 사측에 요구한 바 있다.회사는 이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범위나 규모를 좀 더 확대하자고 요구하면서 다른 쟁점사항은 한 걸음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임금피크제는 2016년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확대 방안에 대해 합의한 뒤 시행한다’고 합의했다.
현대차는 현재 만 59세 임금동결, 만 60세 10%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합의안을 놓고 회사측은 ‘확대 방안’에 방점을 두고 이를 더 확대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시작 연령을 점진적으로 더 낮추고, 임금삭감 폭도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현대차 사측으로서는 정부 노동정책의 큰 이슈인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는 것이 국내 제조업계의 상징성 있는 기업으로서 마땅한 과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노조는 ‘합의한 뒤 시행한다’에 초점을 맞추고 더 이상의 임금피크제 확대는 근로조건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특히 현대차 노조원들의 평균 연령은 48세 정도로 로노삼성차 등 신생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이어서,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조합원이 많아 확대할 경우 임금삭감폭이 연간 수천억에 달하는 등 조합원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임금 등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안건에는 절대 합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아울러 노조는 한걸음 더 나아가 회사가 굳이 임금피크제를 확대하려면 현재 60세인 정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노조는 지난달 19일 1ㆍ2조 근무자가 각 2시간씩 파업을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지난 12일까지 8차례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지금까지 모두 차량 2만9,800여대를 만들지 못해 6,900억원 상당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는 16일 교섭을 진행한 뒤 교섭결과를 놓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투쟁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상급 노동단체인 금속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2호 지침으로 17일과 19일 각 4시간 파업하고 권역별 집회를 갖도록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는 앞서 12일에도 현대기아차그룹 전체 사업장에 대해 주ㆍ야 각 4시간씩 파업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현대차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금속노조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17~19일 연속파업도 예상되고 있으나, 노조 일각에서는 금속노조 지침보다 본사 임금협상에 더욱 집중해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1987년 현대차 노조설립 이후 30년간 계속돼 온 ‘협상-결렬-파업’ 등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듯한 파업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과 따가운 시선도 강해지고 있어 향후 노사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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